이 동네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나는 처음으로 룸메를 구했다.
되게 순탄하게 구했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 싶게, 자기소개도 뒤늦게 하고 규칙도 급하게 짜깁기해서 문서로 공유했다.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싶었지만, 어찌어찌 일이 진행됐다. 심지어 입주 첫날, 나는 출장 비행기가 딜레이 돼서 친구에게 안내를 부탁해야 했다. 룸메는 이미 짐을 풀고 있었고, 꾀죄죄하게 늦게 들어온 나는 그제야 방과 집 사용법을 설명하며 내 짐을 풀기에 바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적당한 선과 적당한 친밀함 그 사이를 찾게 되었다.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 정도만 공유하는 사이. 룸메는 주 4일 출근이라 같이 있는 시간은 짧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와 10분 정도 이야기하는 게 전부다. 가끔은 밥을 같이 먹기로 하기도 한다. 그래도 함께 산다는 건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어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덕분에 쇼핑 메이트이자 고민을 나눌 사람이 생긴 것도 좋았다.
아침에 야채주스를 갈아먹고 있는데 룸메가 말했다.
“언니, 되게 루틴 있는 삶을 살고 야무지네요.”
나는 어리둥절했다. 순간 ‘나를 어떻게 본 거지?’ 하고 생각했다. 룸메는 덧붙였다.
“처음 봤을 땐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솔직히 살림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거든요.”
자주 들어온 소리다. 실제로 막내이기도 하고, 어리바리해 보인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도 제법 들었고, 혼자 산 지도 벌써 몇 년. 그리고 저렇게 어린 친구한테도 그렇게 보인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다. 밥도 잘하고 집도 깔끔히 챙기며 제법 야무지게 살고 있는데, 억울하다.
최근에 친해진 동생도 그랬다.
“엄마, 나 나랑 비슷한 사람 찾았어. 맹한데… 저 언니가 미국에서 혼자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