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후기
서른세 살, 데이팅 앱 시장은 나에게 잔혹했다. 사람을 못 만나겠다 싶어 용기 내어 시작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존감이 바닥날 줄은 몰랐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특성상 남자가 더 많으니, 앱을 켜면 금방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었다. 며칠 만에 나이는 다시 한번 현실로 다가왔고, 외모에 문제가 있는지, 나의 수준이 이 정도인지 끝없이 자문했다. 스와이프를 반복하는 나 역시, 결국 외적인 기준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게 싫었고, 거울 앞에서 외모에 집착하는 내 모습도 더 싫었다.
대화는 또 다른 장벽이었다. 연결이 되더라도 처음 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고, 어떤 이는 내가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사실 얼굴을 마주해야 비로소 궁금증이 생기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래도 반성하며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대화를 이어갔지만, 결국 씹혔다. 두 번째 만남은 술을 마시자 해서 잘 안 됐고, 세 번째는 잘 풀리나 싶더니 역시 끝이었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친구들과 언니들의 도움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이제라도 첫걸음을 떼어본 게 다행이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처음’이라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낯설고 서툰 순간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다만 예전보다 잘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압박도 함께 온다. 무엇보다 지금은 자존감이 너무 내려가기 전에, 이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를 지켜낼지 더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