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행복

노는 게 젤 좋아

by 고사리

오랜만에 행복하다.


나는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이라 하늘의 구름만 봐도 행복하고 요리를 하면 기분전환이 쉽게 되는 편이었다. 힘들어도 "괜찮아" 이러면서 금방 일어나는 사람이었는데. 먹고사는 일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에 시달리면서 한없이 무너졌나 보다.


나의 행복한 면이 좋아서 옆에 있어주었던 친구는 계속해서 힘들어하던 나를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훌훌 잘 털고 일어나던 네가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하는 게 눈에 보여. 자꾸 가라앉고 우울해하는데 잘하고 있어라는 말 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나의 가장 낮은 시기에 같이 버텨 주지 못한 사람이 원망스럽진 않다. 어차피 내가 견뎌내야 하는

무게이니 점차 원래의 나로 돌아오겠지.


오늘은 오랜만에 사람답게 살고 있다. 집에서 밥 냄새가 나는 게 얼마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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