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회생 이야기

티몬·위메프·발란 사례로 보는 기업회생 절차

by 텐텐

위기에 빠진 플랫폼 기업들

또 플랫폼이 말썽이다.

티몬에서 홈플러스로, 홈플러스에서 발란까지

'기업회생절차'라는 말을 이리도 많이 들어본 적이 있는지.


회생은 아무리 변호사여도 해당 분야에서 일을 할 때 외에는 잘 접하지 않아 낯선 영역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일반 커머스 플랫폼과 크고 작은 기업들에게도 회생/파산/구제 라는 어마무시한 단어가 빈번치 않게 발생하니, 나 역시도 처음에는 꽤 놀랐다. 나도 당황스러운데 내가 이 회생기업과 엮인 소비자라면 얼마나 짜증날까 싶다.

그래서 되도록 쉽게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 치료한다는 마음으로 살펴봐보려고 한다.

물론 이 환자가 정말 천재지변으로 병원에 왔는지 '나이롱환자'인지는 모른다.





기업회생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기업회생절차(회사정리절차)는 쉽게 말해 "죽기 직전의 회사를 살려 다시 일으키는 법적 심폐소생술"이다.

회사가 빚에 눌려 쓰러질 위기에 처했을 때, 법원이 개입해 채무를 조정해 주고 새로운 출발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단순히 부도를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무구조를 정비하고 사업을 재건하여 채권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갚도록 유도하는 과정이다. 마치 중환자실에 실려 온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한 뒤, 회복 프로그램을 돌려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회생이라는 절차가 왜 플랫폼 기업들, 특히 이커머스 업계에서 요즘 부쩍 많이 등장하고 있을까?

그 답은 '신뢰'와 '유동성'이라는 두 단어에 있다.




1. 기업회생절차란 무엇인가?

1.1 회생의 시작: 병원에 들어가기 전 진단서

회사는 스스로(또는 채권자에 의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회사나 받아주는 건 아니다. 법원은 다음 두 가지 요건을 본다:

(1) 지급불능 상태에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것

(2)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초과할 가능성이 있을 것

이 조건을 충족하면 법원은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마치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중환자실 입원을 결정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1.2 법원의 보호막: 채권자들로부터의 격리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포괄적 금지명령'과 '보전처분'이다. 이는 모든 채권자들에게 "당분간 이 환자에게 채무 독촉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법원의 명령이다. 회사의 자산은 동결되고, 외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내부를 정비할 시간을 벌게 된다.


이 보호막은 때론 매우 중요하다. 티몬·위메프처럼 채권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경우, 만약 법원의 개입 없이 개별 채권자들이 소송을 걸고 압류를 시작하면, 회생은커녕 기업 해체가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3 관리인과 DIP 제도: 누가 이 배를 이끌 것인가?

회생절차 개시 후,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정해야 한다. 보통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외부 전문가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방식 (예: 티몬 사례)

기존 대표가 관리인 역할을 유지하는 DIP(Debtor In Possession) 방식 (예: 발란 사례)

전자는 환자가 중환자실에 실려왔을 때 병원이 외부 전문의를 붙이는 것이고, 후자는 주치의에게 계속 맡기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법원이 승인해야 하며, 회사의 회생 가능성과 경영진의 신뢰도, 과거의 책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1.4 채권자 목록과 신고: 빚의 전체 규모 파악하기

법원은 회사에 모든 채권자의 목록을 제출하라고 명한다.

누가 얼마나 받을 돈이 있는지, 정산이 안 된 판매자부터, 협력업체, 은행, 임직원, 심지어 적립금을 쓰지 않은 소비자까지 포함된다. 목록에 빠진 채권자는 법원이 정한 기간 내에 직접 채권 신고를 해야 하며, 신고를 하지 않으면 회생계획안에 포함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환자의 건강 기록을 모두 수집하는 작업과 같다.


1.5 조사위원의 가치 평가: 살릴 가치가 있는가?

법원은 회계법인이나 외부 전문가를 '조사위원'으로 지정해 회사의 '계속기업가치(살렸을 때의 가치)'와 '청산가치(그냥 문 닫고 팔았을 때의 가치)'를 평가하게 한다. 회생이 가능하려면 당연히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아야 한다. 이 평가에 따라 회생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1.6 회생계획안 작성: 어떻게 살릴 것인가?

이제 관리인(또는 대표)은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채무를 갚고, 어떤 사업을 이어가고, 어떤 구조조정을 하며, 얼마나 투자자를 유치할지를 모두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 안은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법원이 강제로 인가할 수도 있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회사는 그 내용에 따라 수년간 빚을 분할 상환하며 경영을 정상화한다. 계획안 이행이 순조롭다면 법원은 몇 년 후 회생절차를 종결한다. 실패한다면 파산절차로 넘어간다.





2. 사례로 보는 회생절차: 티몬·위메프, 발란의 실제 케이스


2.1 티몬·위메프 사례 요약

사건 개요: 2024년 7월,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발생 → 판매자 수만 명에 정산금 체불 → 소비자 환불 요구 급증 → 기업회생절차 신청

법원의 대응: 자율 구조조정(ARS) 시도 → 실패 후 9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

관리인 선임: 기존 경영진 배제, 제3자 법정관리인(조인철 전무) 선임

채권 처리: 채권자 수 약 10만 명 → 목록 제출 및 신고 절차 진행

향후 전망: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연장 중, 인가 전 M&A 추진 가능성


2.2 발란 사례 요약

사건 개요: 2025년 3월, 명품 부티크 정산금 약 130억 원 체불 → 결제 서비스 전면 중단

회생 신청: 대표 입장문 발표와 함께 회생절차 신청(3월 31일)

법원의 대응: 4월 4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 DIP 방식으로 기존 경영진 유지

핵심 전략: 인가 전 M&A 적극 추진, 빠른 매각 주관사 선정

채권 처리: 채권자 목록 및 신고 절차 진행 중, 공익채권 확보 노력

특이점: 소비자 환불 피해는 적으나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


2.3. 사례별 핵심 요약 및 비교


** 정산 지연 사태는 플랫폼 신뢰 붕괴의 시작점이다. 소비자로부터 받은 결제 대금을 판매자에게 제때 정산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와 소비자 환불 요구가 동시에 터져버린다.

** 티몬·위메프는 자율 구조조정 실패 후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으며,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어 구조조정과 매각이 추진 중이다.

** 발란은 DIP 방식으로 기존 경영진이 회사를 계속 이끌며 빠르게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있다.

** 두 사례 모두 회생계획안 제출과 채권자 협의를 거쳐야 하며, 회생 성공 여부는 투자 유치와 채권자 동의에 달려 있다.

** 공통적으로 소비자 피해, 판매자 채권 회수, 투자자 지분 손실이라는 이해관계자 피해가 현실화되며, 회생절차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보호막 역할을 한다.

관계인집회 개최 예정 → 회생계획안 인가 심사 및 인가/폐지 결정 (예정)




기업회생절차, 실전에서 마주치는 쟁점들

앞서 회생제도의 구조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실무에서 회생 절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각 당사자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제도의 구조는 간단히 요약하고, 실제 대응에 필요한 핵심만 남긴다.

회생절차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흘러간다 (앞장에서 다룬 내용의 요약)
-> 법원에 회생 신청 -> 개시 결정 -> 관리인 지정 -> 채권 신고 -> 기업 가치 평가 -> 회생계획안 제출 및 인가 -> 이행 -> 종결 또는 실패 시 파산

회생절차 결과
// 성공 시: 계획안이 인가되면 이후 회사는 그 내용대로 빚을 갚아나가며 경영을 정상화하면 되고, 법원은 수년간 이를 감독하다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보면 절차를 종결한다.
// 실패 시: 계획안이 인가되지 못하면 회생절차는 인가 전 폐지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만, 이미 회사는 지급불능 상태인 경우가 많아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인가 후라도, 계획 이행에 실패하면 인가 후 폐지 결정으로 역시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절차 안에서

'누가',
'어떤 권리를 갖고',
'어떻게 손해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느냐'





이해관계자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1. 내가 투자자라면: 손실은 피할 수 있을까?

내 지분은 감자 또는 출자전환으로 인해 거의 무가치해질 수 있다. 회생절차에서 주식은 법적으로 가장 후순위 채권이므로, 인가된 계획에 따라 전량 소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규 투자자 유치를 통한 인가 전 M&A나 관계인 집회 전후에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면, 변동성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 대응 전략 요약

* 회생신청 공시 이후 감자·전환 조건을 신속히 파악한다.

* 채권자 목록이나 회생계획안에 주주로서 참여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한다.

* M&A 절차 시 신규 주주의 조건과 지분 구조를 분석해 재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2. 내가 판매자라면: 정산금, 받을 수 있을까?

회생절차 개시 전 발생한 미정산금은 일반회생채권으로 분류되며, 계획에 따라 '일부만' 변제받는다.

회생 개시 이후 거래로 발생한 정산금은 '공익채권'이 되어 '최우선적'으로 지급된다.

정산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해당 보험금으로 보전받을 수 있으나, 가입 여부 및 담보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 대응 전략 요약

* 채권 신고 기한 내에 반드시 정산금을 채권으로 신고한다.

* 판매자 연합을 구성하여 협의회 참여 가능성을 높인다.

* 회생 이후 신규 판매 여부를 결정할 때, 공익채권 확보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3. 내가 소비자라면: 환불은 가능할까?

결제 후 배송 전 상품은 회생채권이 아니라 민사상 사기 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PG사나 카드사를 통한 '차지백(결제취소)' 신청이 현실적인 구제 수단이다.

포인트, 예치금, 상품권 등은 일반 채권으로 취급되어 회생계획에 따라 일부만 환급될 수 있다.


→ 대응 전략 요약

* 결제 수단별 환불 가능성(PG사, 카드사, 현금 등)을 따로 정리한다.

* 소비자보호원,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을 통한 피해 신고를 병행한다.

* 입점사와 직접 연락이 가능하다면 배송 여부를 개별 확인해 피해를 줄인다.



4. 내가 직원이라면: 급여와 고용은 어떻게 되나?

근로자는 회생절차상 최우선변제권을 가진다. 최근 3개월 급여, 퇴직금 등은 가장 먼저 지급받는다.

그러나 고용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은 회생계획안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회생 이후에도 기업 존속 여부에 따라 계약 유지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외부 구직도 병행해야 한다.


→ 대응 전략 요약

* 체불 급여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노동청 신고와 함께 우선변제 청구를 병행한다.

* 기업의 회생계획안에 인력 구조조정 여부가 포함되었는지 확인한다

* 고용보험 이직 사유에 회생절차 반영이 가능한지 점검해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확보한다.


4. 국내외 다른 사례와 회생제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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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의 회생절차는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운영된다. 미국의 연방 파산법 Chapter 11은 우리 회생절차와 매우 흡사한 기업 재건 절차로서, 수많은 기업들을 살린 사례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2016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나스티 갤(Nasty Gal)이 유동성 위기로 Chapter 11을 신청하고 이후 영국 기업에 인수되어 브랜드 존속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Chapter 11 파산보호 신청

플랫폼 기업의 특수성으로는:

네트워크 효과와 신뢰에서 가치가 발생하므로 신속한 신뢰 회복이 필수

'인가 전 M&A'를 통한 속도전 전략이 중요

유형자산보다 미래성장성이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여 가치 평가가 중요

궁극적으로 기업회생절차는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한다. 혁신적 기업들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을 때 곧바로 사장시키기보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어 경제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게 해 준다. 채권자 입장에서도 당장 분노는 크겠지만, 조금 시간을 두고 보면 회생을 통해 변제율을 높이는 편이 이익인 경우가 많다.


다만 모든 회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회생절차를 밟다가도 새 투자자를 못 찾아 결국 청산(파산)되는 사례도 있고, 회생을 졸업했지만 경영을 잘못하여 다시 도태되는 경우도 있다.




5. 모두가 함께 살아남는 길


회생절차에 들어선 기업은 마치 깊은 병에 걸린 환자와도 같다. 법원이라는 병원의 집중 치료실에 들어가, 채권자라는 이해관계자들의 양해를 얻으며, 스스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회생은 특히 더 민감하다.

눈에 보이는 공장이나 설비보다 '사람들의 신뢰와 참여'가 사업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생 과정은 단순한 빚 조정이 아니라 신뢰 회복 과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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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일군 기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막고,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 회생절차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앞으로 이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일어서서, 회생 성공담으로 회자되길 기대해 본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혁신이 지속될 수 있다는 말처럼, 회생절차가 그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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