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언니 나이만큼!

초보플로리스트의 사는 이야기

by RAPLAN

영상 속 6살 큰딸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아니, 6번.

언니 나이만큼!"


커다란 마이크를 들고 있는 4살 작은딸은

새침한 언니의 말을 듣고 틀린 가사를 지적받으며

'나비야'를 6번 반복해 부른다.


언니와 노래 부르고 춤추며 노는 게 좋아

'언니 하고 싶은 거 다해~'였던 작은 딸은

여섯 번이 무언지도 모르고

언니가 옆에서 카운트해주는 숫자에 맞춰

언니가 '그만!' 할 때까지 열심히 부른다.


아마도 '언니 나이만큼!'이라는

큰딸의 주문이 사라진 건

딸들이 한 살 두 살 더 먹어가면서

언니 나이만큼 노래 부르는 게 버거워진

작은딸의 자발적인 선택이지 않았을까?




평소 즐겨보는 딸들의 어릴 적 영상 한편이

금요일 오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와

묘하게 겹쳐진다.


나이와 일치하는 몸무게 숫자.


"몸무게가

나이만큼"


나이만큼 장미꽃을 넘치도록 선물하고

나이만큼 생일 케이크에 초를 하나 더 꽂는 것은 익숙한데

나이만큼 해마다 야금야금 늘고 있는 몸무게는 참 낯설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나이에 +0.5, -0.5

올해도 나이에 +0.5, -0.5에서 왔다 갔다 하며

몸무게가 몇 년 전부터 나이 주변을 맴돈다.


딸들의 '언니 나이만큼 노래 부르기'는

지금도 웃으며 보는 어릴 적 놀이였지만

'몸무게가 나이만큼'은

나잇살이라고 내버려 두기엔 걱정이 앞서

건강검진 결과표의 수치를 꼼꼼하게 살피고

검사 판정 내용을 거듭 읽는다.


먹는 걸 좋아해

먹는 양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꾸준한 운동을 답으로 찾는다.


월요일부터 겨울 추위가 온다는 일기예보.


'따뜻하게 입고 나가면 된다'를

한번 더 마음속에 새겨 넣으며

해마다 더해지는 '나이만큼'의 몸무게를

털어버리기 위한 야심 찬 루틴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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