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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합사.. 3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4

by 김이집사

나는 입양한 지 하루 만에

둘째를 데려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로또가 처음으로 구토한 날..

나는 그날의 공포를 잊지 못한다.

지금이야 고양이에게 구토라는 것이 얼마나 흔하고, 구토해 놓은 것을 확인해 보고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지만 당시의 나한테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합사 스트레스 때문에 로또가 힘들어한다는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내가 괜히 둘째를 입양한다고 해서 벌어진 일이니 말이다.


일단, 병원에서도 공복토는 위험한 건 아니라고 하니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분명히 합사에 대해 그렇게 찾아보고 읽고 공부를 했는데도 다음 단계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라떼를 격리해 놓은 방에서는 계속 삐약삐약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로또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밥을 전혀 먹지 않았다.

구토를 한 이후부터는 라떼가 있는 방 앞에 앉아 방 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라떼가 우리 집에 온 지 이미 8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야 존재를 눈치챈 건 아닐 텐데..

종일 모르는 척하다가 갑자기 그러는 로또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 로또는 꼬박 이틀 가까이 밥을 먹지 않았다.

뭐라도 무조건 먹여야 한다길래 간식이라도 억지로 먹였지만 이틀 사이 공복토를 세 번이나 더 했다.


심장이 죄여왔다.

내 욕심이다..

내 욕심으로 동생을 만들어준다며 입양한 건데 기존 아이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고 아파할지 몰랐다.

아니,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고양이 합사가 안된 수많은 실패사례도 충분히 봤었다.

그러나 막상 내 아이가 아파하고 힘들어하니.. 마음이 무너졌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로또 때문에 동생을 데려온 건데, 당사자인 로또가 이렇게 힘들어하니..

결국엔 내 이기심이었다.

내 이기심이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생각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로또는 계속 라떼가 있는 방을 주시했다.

그 앞을 떠나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다.

물론 잠을 자거나 쉴 때는 자기 자리에 가서 있었지만 문득문득 생각이 이나는건지 갑자기 일어나서 다시 방앞에 가서 앉아 있곤했다.





라떼가 우리 집에 온 지 3일쯤 지났다.

로또는 방안에 있는 라떼의 존재에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았다.

슬슬 밥을 먹기 시작했고, 격리된 방앞에 가서 지키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그동안 나와 남편은 합사 매뉴얼대로 깨끗한 양말과 수건, 애착담요에 아이들의 냄새를 묻혀서 바꿔주었다.

서로의 냄새가 가득한 담요 위에 올려놓고 간식을 주며, 낯선 고양이의 냄새와 함께 좋은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일부러 라떼가 삐약거리는 방앞에서 간식을 주기도 했다.

처음엔 방안 쪽을 계속 신경 썼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신경 쓰지 않고 받아먹기 시작했다.

라떼는 아직 너무 어려서 우리의 모든 관심사는 오직 로또뿐이었다.


4~5일 정도 지났을까..

서로의 소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아 문틈을 조금 열어주고 대면을 시켜보았다.

어린 라떼는 모든 것이 다 신기한지 목이 아플 정도로 삐약삐약 거리면서 방묘문에 매달리면서 바둥바둥 거리며 나오려고 애썼다.


그런데 로또는 달랐다.


아무런 감정 표현이 없었다.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방묘문 너머에 있는 라떼를 쳐다만 보고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반응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화를 내는 건 아니니 긍정적인 건가? 싶었다.


잠시 얼굴을 보여주고 다시 격리하고를 반복했다.

문틈 사이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간식 먹기 등 함께 있을 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쌓아주려는 시도는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떼가 방묘문을 넘어 거실로 탈출했다.


내가 방심했다.


나는 고양이는 먼치킨인 로또만 봐서 아기고양이가 이렇게까지 운동신경이 뛰어난지 몰랐다.

로또는 4개월이 되어도 캣타워에 오르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겨우 6주된 아기고양이가 방묘문을 타고 넘어나오다니!


그리고 난 그날..


로또의 하악질을 처음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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