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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합사.. 2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3

by 김이집사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뽀송이가 우리 집에 온 첫날,

일단 격리방에 아이를 두고 문을 닫았다.

그리곤 안방에 격리해 놨던 로또를 밖으로 꺼내주었다.


고양이 합사는 굉장히 중요하다.

간혹, 저절로 친해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신경하게 아이들을 대면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정말 후회할 수도 있다.


고양이는 처음 인상이 끝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처음부터 친하게 지내면 고맙지만 반대의 경우엔.. 지옥에 펼쳐진다.

실제로 합사가 안되어 나중에 입양한 아이를 파양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우리 집처럼 첫째가 나이가 더 많은 상태에서 아깽이를 데려오는 경우, 아깽이는 문제없다.

너무 어려 어차피 사리분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고 뭐고 없다


문제는 기존 아이다.


당시 로또는 7개월령으로 12개월 미만의 캣초딩이었기 때문에 합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로또의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많이 긴장하고 조심조심 준비하려 애썼다.


서로 좋은 기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보호자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방에서 나온 로또는 의외로 여유로웠다.

분명히 아까 다른 고양이를 봤을 텐데.. 그새 잊은 건가? 싶을 정도로 평소처럼 거실 한가운데서 그루밍을 시작하였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로또가 둔한 건가? (분명히 초예민 덩어린데?)

로또가 난청이 있나? (그러기엔 간식봉지 소리 기가 막히게 듣는다)

로또는 그냥 귀찮은 건가? (이건 충분히 가능할 수도..)

로또는 영역에 대한 개념이 없나?

로또는 새로운 고양이를 본걸 이미 잊은 건가?

로또는 역시 바보였던 걸까?

로또는 설마..고양이가 아니었던 건가??

등등등


새로운 존재를 모르기엔 격리방에서 삐약삐약 거리며 우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저러다 숨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고요한 집..

지치지도 않는지 끊기지 않는 뽀송이의 울음소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여유롭게 그루밍을 하고있는 로또...

나는 그 가운데 앉아서 로또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 적막함이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루밍하던 로또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것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격리방 앞으로 다가갔다.

문 앞에 잠시 앉아서 킁킁거렸지만 곧네 자신의 쿠션으로 다시 가서 그루밍을 시작했다.

여느때와 다르지 않은 평온함이었다.


로또가 외동냥 타입인 것 같아 합사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리석은 집사는 혼자 그리 생각하고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은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 신난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뽀송이를 격리해 둔 방에 들어가더니 손바닥만 한 녀석을 만져보고 안아보고 기어 다니며 사진을 찍고..

이렇게 작은 고양이는 처음 본다며 흥분했다.


뽀송이의 이름도 새로 지어주었다.

로또 Lotto의 이름에 라임을 맞추고 싶었다.


우유처럼 하얀 뽀송한 털색을 보고 우리는 Latte라고 부르기로 했다.

Lotto와 Latte

너무 잘 어울렸다.


고양이 합사는 전쟁과도 같다..라는 글을 많이 봤었다.

철저히 준비해도 어려운 게 고양이 합사고,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어릴 때 진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로또 중성화하고 바로 합사를 진행했는데.. 효과가 있나? 싶었다.

고양이가 합사가 이렇게 쉬운 거라고? 하며 내심 기뻤다.


하지만 그건 나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날 밤..


로또가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연속으로 두 번이나..


종일 먹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괴롭게 쏟아내려 애쓰며 꺽꺽거리며 토하는 모습에 나는 공포에 빠졌다.

로또를 데려온 지 4개월이었지만 구토하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는 패닉에 빠져 급하게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하얀 거품토..

그건 공복토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상황을 듣더니 위험한건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지켜보다가 심해지면 데리고 오라고 했다.


로또가 공복토를 할 만큼 밥을 먹지 않았다는 건가?

식탐이 강한 녀석인데??

그제야 밥그릇을 봤는데, 하아.. 그대로였다.


당시 로또는 매끼 습식을 먹고 건사료는 자율급식으로 급여하고 있었다.

그날은 나도 정신이 없어 습식주는 것을 놓쳤고, 건사료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공복토라니..

아이가 그렇게 괴롭게 캑캑거리는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당황하여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잘해보려고 그렇게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내 욕심에 둘째를 들였나..


나는 입양한 지 하루 만에 둘째를 데려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기 로또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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