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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둘째 입양기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1

by 김이집사

코숏 카오스


카오스 고양이의 모색은 진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하얀색 고양이를 선호하기에 인기는 없지만 알고 보면 애교가 많고 똑똑하다.


나는 인기가 없다고 하여 일부러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진하고 신비로운 모색을 가진 날렵한 카오스 고양이가 로망이 되어버렸다.


카오스 고양이의 90% 이상은 암컷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로또의 동생은 여동생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암컷이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을 테니 딱이다 싶었다.


솔직히 입양도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연속으로 거절을 당하니..


초보집사였던 그때의 나는 입양 보내는 분들의 까다로운 기준이 불만이었다.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 것이 그렇게까지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캣맘이나 구조자들이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고생하며 아이들을 돌보는지도 몰랐다.


자신들이 선택한 입양자에 따라 그 아이의 운명도 결정되어 버린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좋은 집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정말 신중히..

잘 보내고 싶은 거다.


그래도 그때의 나는 너무 속상했다.

생각보다 실망이 컸다.


입양을 포기하고 그냥 먼치킨 한 마리를 더 데려올까 싶어 분양업체를 찾아봤다.


포토샵 처리가 된 귀여운 어린 아깽이들..

인형 같은 그 모습을 보니 로또를 병원에서 데려왔을 때의 그 불쾌감이 되살아났다.


태어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 어미에게서 빼앗아 차가운 유리벽 속에 가둬놓고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을 것을 준다.

물건같이 진열해 놓고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 손길.. 이런 것들을 다 감수하게 한다.

비싸게 팔아야 하니 말이다.

그 작고 어린 아기를 말이다..


모르면 몰랐겠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다시 그 과정을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그냥 둘째를 포기할까... 싶었다.




비가 많이 퇴근 길..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그 날 따라 너무 피곤해서 멍해졌다.

차에 시동을 껐는데도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또르르 흐르는 빗방울을 한참이나 멍하게 바라보았다.


둘째 입양에 계속 미련이 생겼다..

버릇처럼 고다 카페의 입양 게시판을 뒤적였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글이 쏟아졌다.

이 중에 우리 집에 온다는 아이 하나 없나.. 싶었다.


"터앙아기 뽀송이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비가 와서 그랬나..

뽀송이라는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하얗지만 한껏 꼬질꼬질하고 입 주변은 노랗게 물든 파란 눈의 작은 아깽이..

솔직히 사진으로 보이는 생김새가 썩 예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사진을 보는데 웃음이 났다.


사진 너머로도 느껴지는 아이의 에너지와 억울미..

다소 투박하게 찍힌 녀석의 사진..

아이를 잡고 있는 손의 주름..


여러 가지가 내 눈길을 끌었다.


"고다 카페에서 뽀송이 입양글보고 문자드립니다. "


카오스를 원했지만..

하얀색의 아이는 생각도 해본 적 없지만..

어차피 또 거절당할 거..라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곤 문자를 보낸 사실을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잊었다.

그날은 너무 피곤했고..

비가 내려 마음은 착잡했고..

여러모로 내 감정이 싱숭생숭하고 이상했던 날이었다.


집에 들어가 씻고 저녁을 먹고 쉬고 있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한밤중..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깜짝 놀랐지만 누군지 직감적으로 알았다.

스프링처럼 튀어가 전화를 받았다.


"로또 엄마 맞으신가요?"

수화기 너머로 밝고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뽀송이 입양글을 올리신 분이었다.


자신을 캣맘이라고 소개하셨다.

여러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고민하고 있었다고 하셨다.

(실제로 뽀송이 글에 댓글이 수십 개가 달려있었다)


그분은 입양을 여러 번 보내봤는데, 고양이가 처음인 사람에게 보냈을 때 파양된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뽀송이는 둘째나 키워본 사람에게 보내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처음 길러본다는 사람에게서만 연락이 와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문자를 보낸 것이다.


면접 보는 듯한 질문들이 오갔다.

인적사항, 가족구성, 로또의 나이, 중성화 여부 등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그 외 아이의 용품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다.

화장실 개수, 캣타워 여부, 방묘창, 방묘문 등..


대화 도중 나는 로또가 먼치킨이라 둘째 입양 거절을 당했었다는 것을 털어놓았다.

뭔가 잘못한 건 없지만 그래도 털어놔야 할 것 같았다.

그랬더니 구조자님은 그게 왜 거절 사유가 되는지 반문하였다.


먼치킨도 고양이이니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서열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그건 고양이끼리 정할 일이라 하셨다.

다만, 로또의 다리가 짧아 신체적으로 불리한 것은 맞으니 나중에 동생이 덤빌 수도 있겠으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니 그렇더라도 속상해하지 말고 환경을 잘 꾸며주면 다툼이 적을 거라며 안심시켜 주셨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을 콕 집어 얘기해 주시니 기분이 확 풀렸다.


뽀송이 구조자님은 가정방문을 하고 환경을 보고 입양을 결정하고 싶다 하셔서 날짜를 잡았다.


그렇게 약속 날짜가 잡혔고..

구조자님과 뽀송이가 우리 집을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SE-e10f1555-81ad-49f8-9490-b5a0cd84f92d.jpg?type=w773 입양홍보 글에 있던 뽀송이 시절의 김라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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