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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묘에 대한 선입견에 대하여..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0

by 김이집사

둘째 입양할까?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한 번쯤 고민해 볼 것이다.


우리 아이가 혼자 외롭지 않을까?

형제를 만들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외동냥이 좋다고는 하던데.. 뭐가 맞는 걸까?


실제로 많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도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로또의 동생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로또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서다.



남편과 엄청나게 고민했다.

이유는 로또가 먼치킨 숏레그이기 때문이다.

로또의 짧은 다리가 일반 고양이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의 행복을 생각하며 동생을 입양하려는 건데, 신체적으로 밀려 얻어맞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입양이란 말인가..

분명히 다들 첫째의 애정으로 둘째, 셋째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대부분은 첫째가 계속 서열 1위이기를 바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로또가 서열 1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같은 먼치킨 아이들의 합사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대부분 첫째가 먼치킨 숏레그만 둘째도 먼치킨이었다.


여기서 난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돈을 주고 분양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로또를 병원에서 분양받아온 것에 대해 죄책감이 생겨버린 내가, 동생을 만들어주겠다고 또다시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데려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같은 품종의 아이를 지목한다면..

그것도 어린 고양이를 입양하고자 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먼치킨 외 다른 고양이를 데려오면 우리 로또가 밀릴 것 같았다.

분명히 신체적으로 열악하니 서열에서 밀려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못 참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나 또 먼치킨을 데려올 수는 없었다.


꼭 먼치킨만 고집한다면 파양 되었거나 유기된 아이들을 입양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로또보다 어린아이를 원했다.

우리 로또가 밀리면 안 되니까..


고양이 카페에 질문 글도 올리고 다양한 사례를 찾아봤지만 답은 비슷비슷했다.

이런 경우에는 비슷한 종을 데려오는 게 제일 좋다는 거였다.

고양이 분양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그 고다 카페에서도 같은 품종을 데려오는 게 낫다는 의견을 주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고민에 고민을 하고..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이유가 어쨌든 간에 생명을 다시 소비할 수는 없다는 거였다.

아무리 로또를 위한다 해도 펫샵에서 생명을 사 올 수는 없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고양이 카페의 입양홍보, 포인핸드, 그 외 고양이 카페들에서 아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특별히 원하는 종은 없었으나 로또가 밝은 색의 모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반대되는 진한 모색을 가진 아이를 원했다.

그중 입양하기 가장 어렵고 인기가 없다는 카오스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보통 밝은 계열의 아이들이 인기가 많아 입양이 더 쉽다고 한다.

반대로 검은색 계열의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데 그중 카오스 고양이가 가장 입양 보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더욱 카오스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었다.

로또를 데려온 것에 대한 보상이랄까..

가장 인기 없는 아이를 데려다가 보란 듯이 아끼고 사랑해 주어 누구보다 예쁘게 키워보자 했다.


고다 카페를 열심히 뒤져가며 입양홍보를 찾아봤다.

그러다 정말 예쁜 카오스 아이를 보게 되었는데, 운명인지 입양처도 집 근처였다.

고다 카페에서 입양을 하려면 입양신청서도 적어야 하고 절차가 아주 복잡하다.

우리 집도 오픈해야 하고, 나의 직업 등 개인적인 부분들에 대한 오픈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우리 집은 로또 때문에 환경이 충분히 꾸며져 있는 상태였고, 우리 부부의 소득과 여건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책임감에 대한 부분은 자신 있었다.


그러나..

입양은 거절당했다.


나는 당황했다.

나는 당연히 그 아이가 우리 집 아이가 될 줄 알았다.

그 아이를 원하는 다른 경쟁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입양을 보내시는 분께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을 잘해주지 않았다.


우리 집 환경이 부족했나?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나? 등등 고민을 하며 이유를 거듭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 로또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품종묘에 대한 선입관


첫째가 비싼 품종묘이니 카오스 아이가 둘째로 들어가면 나중에 차별받을까 봐 안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런 게 이유라니..

이번에는 진짜 화가 났다.


나름 카페 활동도 많이 하는 편이었고, 구조자분이 원하는 부분도 원하는 만큼 다 오픈했었다.

환경도 여건도 나쁘지 않은데 다 제쳐두고 로또가 품종묘라서 안 된다니..


그분은 내가 카페에 올려놓은 글을 읽어보니 더 안 되겠다고 했다.

로또가 먼치킨이기 때문에 둘째에 대하여 질문하며 고민하는 글들이 있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아이를 너무 예뻐하는 게 느껴지는데 하필이면 그 아이가 품종묘이고, 또 하필이면 그 아이가 자신이 입양 보낼 아이보다 더 약해 보이는 먼치킨 숏레그다 보니 나중에 분명히 내가 후회할 것이라는 거였다.

그리곤 나에게 둘째는 그냥 같은 먼치킨을 입양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조언 아닌 조언까지 들었다.


물론 지금은 안다.

고양이를 구조하고 입양홍보하고 좋은 집을 찾고 찾아 입양 보내는 이런 과정들이 얼마나 수고롭고 어렵고 희생정신이 필요한지 말이다.

쉽게 보내면 파양 확률도 높고 몰래 갖다 버리는 사람도 있고 학대하는 사람도 많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품종묘에 대해서 너무 선입관을 갖고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들 같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나는 고다 카페에서 1번, 포인핸드에서 1번..

이렇게 두 번 거절당했다.

로또가 품종묘이고, 둘째는 차별당할 수도 있어서 안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이유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아..

이럴 거면 그냥 먼치킨 한 마리를 더 데려올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다 카페에 파란 눈에 꼬질꼬질한 못생긴(?) 아깽이의 입양홍보글이 올라왔다.

카오스를 원했지만 왜인지 녀석의 억울한 표정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구조자님께 문자를 보냈다.


SE-061fbbf5-0efa-492d-83ba-acc7c3a4a49c.jpg?type=w773 입양홍보글에 올라온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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