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9
우리는 맞벌이 부부다.
종일 집에서 혼자 지낼 로또 때문에 죄책감이 커져만 갔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 늘 오도카니 문 앞에 앉아있는 녀석의 모습..
종일 우리만 기다렸나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기다려준 것은 너무 고맙고 기쁜데 상대적으로 미안함이 더 컸다.
그리고 혼자 있는 녀석이 걱정되었다.
이 녀석은 혼자 뭐 하면서 지낼까..
홈캠을 달아봤지만 늘 자고 있는 모습뿐이었다.
당시의 나는 늘 로또 생각뿐이었다.
감정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았다.
당시의 나는 순간순간 불안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고이고,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아 우울감이 생길 정도였다.
하나밖에 없는 이 작고 소중한 존재..
불안하고 무서웠다.
고양이의 시간은 나의 시간과 다르다..
나의 하루는 로또의 일주일과 같고..
나의 일주일은 로또의 한 달과 같다..
이 생각이 강박처럼 날 얽매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 생각들이 자꾸 울컥하게 만들었다.
사실..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지금도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면 마음이 무겁다.
그만큼 로또는 내게 소중했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둘째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도 밥 먹다가도 눈물이 고이는 나에게 둘째 입양을 찬성해 주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나 많은 수의사들 중 외동묘가 제일 행복하다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는 첫째가 외로울까 봐 둘째를 만들면, 외로운 고양이 두 마리가 생기는 거라는 말까지 했다.
그래도 우리는 둘째를 생각했다.
로또가 혼자 외로울 거라 생각한 것도 맞다.
로또가 혼자 있으면 심심해할 거라는 생각을 한 것도 맞다.
로또의 관심사가 우리 부부밖에 없다는 것도 미안했다.
우리는 직장을 다녀야 했고 로또는 우리와 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월등히 더 많았다.
하지만, 둘째 결심은 로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 때문이다.
내가 로또에게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
적당한 분산이 필요했다.
로또에게는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로또에게 집착하는 내가 스스로 컨트롤되지 않았다.
로또는 동생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로또 외 내 마음을 나눠줄 또 다른 존재가 절실했다.
이런 이기적인 내 생각..
로또에게 아직도 미안하다.
미안해..
내 생각만 하는 이기적은 엄마라서..
그렇게 나는 고양이 합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온갖 유튜브, 책, 블로그..
그 어렵다는 합사지만 정말 완벽하게 준비해서 로또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하고 새로 올 아이도 행복하게 되는 만남을 꿈꿨다.
합사는 어릴수록 좋다고 한다.
늦어도 1살이 되기 전에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말에도 절대 동감하였다.
로또는 예민한 구석이 있어 성묘가 되면 동생을 못 만들 것이라 생각하여 조금이라도 어릴 때 둘째를 데려오기로 했다.
로또가 중성화 수술을 마치는 시점
이 시기에 둘째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당시 로또는 너무 작았다.
아무리 먹여도 몸무게가 쉬이 늘지 않아 중성화도 7개월이 넘어 겨우 시켰다.
병원에서는 2.5킬로는 넘는 게 좋다고 하였지만 아무리 먹여도 2킬로가 되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달래 가며 밥을 먹였고 겨우겨우 2.2킬로를 만들어 수술할 수 있었다.
암컷 고양이는 첫 발정이 오기 전에 중성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러면 유선종양과 같은 생식기 관련 질병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6개월 즈음에는 꼭 시켜주고 싶었는데..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로또는 첫 발정이 오기 전에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로또가 다니는 병원은 중성화 수술 후 여자아이는 무조건 입원을 하루 시키게 되어있었다.
로또와 처음 떨어져 본 그날 밤
집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았다...
결국 못 참고 한밤중에 녀석이 좋아하는 간시을 잔뜩 싸들고 면회를 갔던 기억이 있다.
붕대를 칭칭 감고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
눈물이 핑~돌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다.
로또의 중성화 수술 때문에 나는 휴무에 연차까지 붙여 5일이나 휴가를 냈다.
내 휴가가 끝나가는 시점에 남편의 휴무 이틀을 붙이고, 우리 부부는 일주일 동안 24시간 로또 옆에서 번갈아가며 같이 있어주었다.
로또 담당 선생님은 우리 얘기에 웃으셨다.
그렇게 어려운 수술이 아니니 휴가까지 내서 붙어있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셨지만 배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녀석을 우리는 도저히 혼자 둘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일에 치여 휴가를 제대로 내본 적이 없었다.
휴가를 가더라도 늘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런 내가 로또 중성화 한다고 휴가를 써버리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당연히 그래야만 했었다.
그리고 난 로또의 동생을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