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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수명에 대해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8

by 김이집사

고양이의 수명에 대해서

내 제일 친구는 고양이집사였다.

고양이 이름은 "레오"

고등어 무늬를 가진 커다랗고 멋진 녀석이었다.


레오는 아직 잘 있어?

올해 몇 살이더라?

15살?

우와~고양이가 그렇게 오래 살아?

16살?

우와~아직도 건강해?

17살?

치매가 왔다고? 고양이도 치매에 걸려?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17살이면 진짜 오래 살았다.


레오는 17살에 결국 노환으로 죽었다.

말년에는 치매가 와서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크게 아픈데 없이 그렇게 조용히 떠나갔다고 한다.


내 제일 친한 친구는 레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던 날, 나에게 그의 부고를 덤덤하게 알려주었다.


당시의 나는 그런가 보다.. 했다.

장례식장을 가려고 준비한다는 말에

고양이도 장례식장을 가는구나.. 싶었다.

그리곤 위로랍시고 했던 말은


그래도 레오는 좋겠다.

주인 잘 만나서 17살까지나 살았네

레오는 행복했을 거야..


정도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위로는커녕 판에 박힌.. 그냥 정형화된 단어의 나열뿐이었던 말..

위로는커녕 속을 더 뒤집어놓는 소리였을 것 같다.


솔직히 그때의 나는 레오의 죽음 앞에 슬퍼할 내 친구만 걱정이 되었다.

정작 떠나간 레오 때문에 슬프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건지, 내 제일 친한 친구는 반려동물을 잃은 그 슬픔을 나와 나누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슬픔을 크게 내비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알게 모르게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잘 안다.


로또를 키우며..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그것도 너무너무너무 많아져 버렸다.


처음 눈물이 났던 날..

어린 로또를 마주 보며 너무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그날이 시작이었다.

아니 무슨, 갱년기도 아니고..

그냥 매 순간 울컥울컥 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로또와 둘이 나란히 누워있을 때도 눈물이 핑 돌았고, 남편과 로또에 대해 일상 얘기를 하다가도 눈물이 났다.

운전을 하다가도 눈물이 났다.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봐도..

지나가던 길고양이를 봐도..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순간순간..

계속 눈물이 맴돌았다.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한동안 남편은 나와 식당도 같이 못 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맥주 한 잔이라도 할라치면 내가 눈물이 글썽글썽해져 있으니 남들이 보면 사연 많은 연인 같아 보였을 것 같다.


남편은 나의 변화에 당황스러워했다.

한순간에 갑자기 사람이 변해버렸으니 말이다.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로또를 데려온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을 것 같다.


당사자인 나도 꽤나 당황스러웠다.


원래 눈물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고,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상대의 마음을 간파해 버리는 타입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로또만 떠올리면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다.


진짜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이게 무슨...


내가 눈물이 계속 났던 이유는 한 가지다.


죽음..

모든 생명은 유한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깊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로또를 키우면서 동물의 수명에 대해서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고알못이었던 나는 한참 유튜브나 네이버 카페에서 고양이의 대한 것들을 찾아보고 공부했다.


고양이를 잘 키우는 법, 고양이와 함께 잘 사는 법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알고리즘은 나에게 노묘의 삶과 더 나아가 펫로스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난 알았다.

강아지, 고양이의 수명이 보통 10~15년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요즘은 20살을 넘기는 아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 문장을 발견한다.


사람의 하루는 고양이의 일주일과 같다.

고양이의 시간은 빨리 간다.

나의 오늘 하루는 로또의 일주일..

나의 일주일은 로또의 한 달..


갑자기 모든 게 무섭고 불안해졌다.

이미 너무 소중해져 버렸는데..

이 아이가 없어지면 나는 이제 어쩌지..

이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뭔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런 기분이었다.

하루하루가 아까워 미칠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태어난 지 겨우 4개월..

이렇게 작은 아기 고양이를 보며 이 무슨 청승이었나 싶다.


예뻐하기에도 아까운 그 소중한 시간..

뭐가 그리도 두려웠나 싶다.


아무튼, 그때의 나는 그랬었다.

그러다 둘째를 들이기로 결심한다.


600그램 시절의 김라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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