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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양이라는 존재의 의미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7

by 김이집사

로또를 데려오고..

처음으로 혼자 두고 출근하던 날..


나는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집에 혼자 남아있을 이 작은 꼬맹이가 신경 쓰였다.

아니, 사실은 전날부터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제 우리 집에 처음 온 이 작은 녀석을 진짜로 혼자 집에 둬도 되는 걸까..

출근을 해서도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 처음으로 반차라는 걸 쓰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던 낯선 그날의 오후..

급한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체 언제부터 거기 앉아있었을까..?


손바닥만 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현관 앞에 오도카니 앉아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그날의 그 순간을 난 잊을 수가 없다.


솔직히..

약간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혼자 두고 나간 것에 대한 미안함도 올라왔고 녀석의 올망졸망한 눈망울에 왜인지 코끝이 살짝 찡해졌던 것 같다.

그럴 리 없겠지만 종일 여기서 나를 기다린 건가? 하는 착각도 들어 너무너무너무 미안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기분인 걸까..

낯선 나의 감정에 당혹스러웠다.


다행히 다음 날은 휴무였다.


처음으로 종일 둘만 있던 날..

로또는 그새 집이 많이 익숙해졌나 보다.

혼자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졸리면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자고 그러다 또 일어나서 뽈뽈거리고 다시 잠들고를 반복했다.


귀여웠다.

벌써 적응을 다 한 건가? 싶어 안도감이 들었다.


녀석은 집요하게 나를 쫓아다녔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주방에 가면 주방 매트 위에 앉아서 날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덩치도 쪼그맣고 다리도 짧은 이 녀석은 내가 걸을 때마다 열심히 내 다리 사이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꼬리로 내 다리를 휘감았다.

걸으면서 몇 번을 밟을 뻔했는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만지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손을 내밀거나 안아보려 하면 질겁을 하며 도망을 갔다.

서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늘 자신의 시야에 날 두려고 애쓰고 있었다.

내 곁을 절대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눈이 마주쳤다.

내가 다른 곳을 보다가도 로또를 바라보면 반드시 눈이 마주쳤다.

집안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나 로또를 찾으면 또 눈이 마주쳤다.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우리는 계속 눈에 마주쳤다.


우연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녀석이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거였다.


자신의 눈동자속에 나를 담으려 애쓰고 있었다.


로또는 끊임없이 날 쳐다봐주었고 나를 궁금해주었다.


이걸 알아챈 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원래의 나라면 이런 집요한 녀석을 귀찮아했을 것 같은데..

왜 인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쪼그만 녀석에게 계속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갔다.

물론 손길은 거부당했지말 말이다..


나에게 끊임없이 밀땅을 하는 이 조그만 녀석..


나는 녀석에게 마음을 홀랑 전부 뺏겨버렸다.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피곤했나 보다.

소파에서 거리를 두지만 그래도 내 옆에 앉아있던 녀석이 꾸벅꾸벅 졸다가 내 허벅지에 기대 잠이 들었다.

행여나 녀석이 깰까 봐 나는 숨을 죽이고 미동도 못한 채 로또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 순간..

로또의 눈이 살짝 떠지며 우리는 다시 눈이 마주쳤다.


눈물이 핑 돌았다.

왜 눈물이 났을까..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 조그만 녀석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웠고, 나는 상대의 사랑스러움에 눈물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감성적인 사람이었던가..

나는 내가 늘 건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날 이후로도 난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이 나는 울보가 되어버렸다.



사람들마다 삶의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단연코 일이었다.

일이 즐거웠다.

일에서 오는 성취감을 즐겼고 그렇게 몰두하다 보니 나중에는 일과 사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지경까지 돼버렸다.

그렇게 살다 보면 일 외에는 모든 것이 시간낭비로 느껴진다.

삶의 중심이 일이 되어버리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자연적으로 방전이 되어버렸다.

일이 곧 나였고, 내가 곧 일이었다.


그랬던 내가..

로또가 함께 살게 되면서 삶의 우선수위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내가 일 외에 뭔가 집중했던 적이 있었던가?


지금은 로또가 내 모든 결정의 가장 우선순위고, 내가 하는 일은 로또를 잘 키우기 위한 수단이 돼버렸다.


내가 변했다.


내 첫 고양이..

김로또..

너 때문에....


900그람 시절의 김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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