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상한선과 끝나지 않는 민원

버티는 기술_해결하지 못한 민원

by 안나

어떤 사람은

‘즐거운 생화학 시스템’을 갖고 태어난다.


그는 기분이 6에서 10 사이를 움직이다가

결국 8에서 안정된다고 한다.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웃는다.


그런 사람은 행복하다.


반대로

‘우울한 생화학 시스템’을 가진 사람은

기분이 3에서 7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5로 돌아온다.


외부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행복 7 이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나는 한때

그게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공직 25년 동안

수많은 민원을 처리했다.


대부분은 끝이 있었다.

설명하면 이해했고,

자료를 보여주면 납득했다.


그런데

끝나지 않는 민원이 있다.


우리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가문의 후손이었다.

정수장 조성 설계 문제로

조상 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정수장 청소 후 배출되는 물로

지하수가 오염됐다고도 했다.


우리는 확인했다.

배출수는 여과를 거친다.

기준치 이하임을 수치로 확인한 뒤 방류한다.

지금은 별도 배수로로 처리한다.


법적 하자도, 환경 오염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기업이 자기 토지를 침범했다며

시가 인허가를 잘못해줬으니 보상하라고 했다.


하나를 설명하면

또 다른 요구가 나왔다.

만족은 없었다.


그를 보며

나는 이상하게도

‘우울한 생화학 시스템’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어쩌면

어떤 사람은

만족이라는 감정의 상한선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 건 아닐까.


무엇을 얻어도

5에서 멈추는 사람.


그래서

더 큰 요구를 통해

억지로 6이나 7을 만들려는 사람.


하지만

외부 보상으로는

내면의 기준값을 바꿀 수 없다.


그의 민원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직자의 역할은 아니다.


법과 기준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


설득이 아니라

기록을 남기는 것.


감정이 아니라

근거로 대응하는 것.


나는 그를 이기려 하지 않았다.

다만

내 자리의 기준을 지키기로 했다.


행복에도 상한선이 있듯,

민원에도 종결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해결 능력이 아니라

버티는 힘이다.


나는 폭발적인 9를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무너지지 않는 5를 유지하며

여기까지 왔다.


버틴다는 것은

상대를 만족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 기준을 잃지 않는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모르면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