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의 필요성

위스키를 마시다 든 상념

by homeross

20대 때는 술자리가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면 각자의 벽을 쉽게 허물고 웃고 떠들 수 있는 그 마법 같은 시간들이 좋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나서는 술 자체가 좋아졌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향기롭지만 위험한 이중적이고 복잡한 모습이 삶과 닮아 있다고 느껴졌다.


나이가 들고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고 닳아져 술자리에 떠들썩함 보다는

혼자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더 좋아졌고

자연스레 취함을 목적으로 마셨던 값싸고 친근한 술에서

다소 비싸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보다 다채롭고 향기로운 위스키 쪽으로 취향이 변해갔다.


대부분의 술이 많은 과정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지만 특별히

위스키는 숙성 연수에 따라 맛과 향 가격이 달라진다.


동일한 재료에서 동일하게 만들어진 술이 오크통에 담겨 지낸 시간에 따라

술의 맛과 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향기롭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인고의 시간 동안 숙성되어 가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위스키는 짧게는 10~12년 길게는 30~36년 까지도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또 조금씩 더욱 다채로운 향을 품게 되고

거칠고 날카로운 부분들이 부드럽게 다듬어지는 것이다.


이전에는 삶이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뜻대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이 의미 없이 흘러간 시간이 아니었다.

거칠었던 나를 다듬어 주고 삶을 좀 더 다채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해 주었던

숙성의 시간이 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분명 서글픈 일이다.

젊은 날의 빛다던 찬란함도 순수함도 열정도 사그라져 간다.

하지만 한편으론 숙성의 시간을 걸친 후 삶의 향기를 품고 성숙해져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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