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로 살고 싶다

초속 5센티미터

by homeross

아침 출근길에 벚꽃이 한창이었다. 이미 떨어져 초록잎이 반쯤 드러난 나무들과 분홍빛 꽃잎들로 가득한

벚나무를 보고 있자니 왠지 무거운 출근길 발걸음이 땅에 달라붙기라도 한 듯 더욱 느려졌다.


출근길에 시간은 늘 바쁘다. 늦지 않을 시간을 계산해 나와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어째서 인지

늘 초조해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종아리가 팽팽해져 가는 것을 느끼며 정류장을 향해 빠르게 걷고 있을 때

눈처럼 떨어져 내리는 벚꽃잎이 눈에 들어왔다.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꽃잎은 마지막 순간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나풀거리며

춤을 추듯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을 이어나갔다.


그 순간 정류장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 때문에 급한지도 모른 채 부스스한 모습으로 쫓기듯 빠르게 걷는 지친 중년의 남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아함을 간직한 벚꽃잎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초속 5센티미터


오래전에 보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고 한다.


문득 내 인생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는 이내 나는 초속 5센티미터로 나아가고 있지만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속도에 나의 속도를 비교하며 불안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남은 생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처럼 느리지만 우아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

경쟁적인 현대 사회에서 한낱 봄날의 망상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봄이 지나가기 전까지 아니 벚꽃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만이라도

나는 나의 속도를 즐기면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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