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그리고 반복

by homeross

새로운 시작과 끝이 반복될 테니

9월 17일 강화해변 마라톤 하프코스에 참가했다.

처음 나가는 마라톤대회라 아침부터 조금의 설렘과

긴장을 가지고 출발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출발선에 서서 긴 레이스를 시작했다.

2주 정도 나름 훈련을 한다고 했지만

일과 삶에 치이다 보니 막상 몇 번 뛰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밤에 주로 연습을 하다가

아침에 뛰려니 몸이 적응을 못해서인지

몸이 무겁고 쉽사리 앞으로 나아가지지 않았다.


10km 까지는 온통 달리기에 대한 생각만 떠올랐다.

시간을 체크하고 기록을 계산해 보고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신경을 쓰며 달렸지만 10km가 넘어가고 나니

그럴 생각을 떠올릴 여유가 없어졌다.


가빠오는 숨과 팽팽해진 종아리 아파오는 팔과 어깨

정오에 가까워 오자 내리쬐는 햇볕까지 더해지자

나는 오로지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치 다른 세상에 놓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세상 속에서 나는 오로지 결승점에 들어가는 것 많이

나만의 세상의 목표였고 그 이후에 무엇이 있을지는

그 순간에는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걷기와 뛰기를 반복하고 땀과 머리에 뿌린 생수로

몸은 흥건하게 젖은 채 무겁고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이끌고

결승점을 향해 나아가면서 나는 점점 원론적인 생각에 잠겼다

왜 흔히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시작과 끝만이 있는 레이스를 우리는 완주해야만 하고

그 레이스가 끝난 후 잠시 쉼을 가지고 우리는 또 다른

레이스를 반복해야 한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말이다.


더 이상 아무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쯤 멀리 결승점이 보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2시간 25분이라는 턱걸이 기록으로 (2시간 30분 제한)

인생 첫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결승전을 통과하자 너무나도 뿌듯했다.

도전을 하고 뭔가를 성취한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연습하지 못하고 체중도 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후회보다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정진해야겠다.

다시 새로운 시작과 끝이 반복될 테니 말이다.

우리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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