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와 새우와 꽃게와
그리고 살찐나

by homeross

가을이 왔다.

하늘은 높고 나는 살찌는 계절.

온갖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고

각종 산해진미들이 넘쳐나는

그리고 기름에 지진 전과 추석음식들이

가득한 계절이 돌아왔다.


집 나간 며느리의 인구당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어 굽는 냄새를 맡아보면

왜 며느리들이 다시 돌아왔는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전어는 구워도 마시 있고 뼈째 썰어

회로 먹어도 참 맛이 있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도 빠질 수 없는

가을의 대표 메뉴이다.

머리를 떼어내고 껍질을 까서 내장을 제거하고

얼음물에 살짝 담가 탱글한 새우를 한입 먹으면

신선하고 달큼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인간이 잔인한 동물임에는 틀림없다.)


새우못지않게 수산시장을 가득 채우는

꽃게 또한 가을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이다.

달큼한 살과 고소한 내장

게장을 담가 먹어도 새빨갛게 무쳐먹어도

너무 나도 맛있는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가을은 또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뜨겁게 달궈진 세상에 한줄기 찬바람이 불어오면

어쩐지 멋스러워지고 싶고 트렌치 코트라도 꺼내보고

안 입던 셔츠에도 손이 가게 되는 마성의 계절


하지만 이미 전어와 새우와 꽃게로 인해

살이 가득 차오른 나는 셔츠도 트렌치코트도

꽉 끼어서 입을 수가 없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높고 푸른 하늘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계절 가을은

설령 살이 좀 찐다고 해도

너무 나도 좋고 즐거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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