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산소를 찾았다.
어느 정도 관리를 해주시는 시립묘지에 계시지만
아직 추석 전이기도 하고 날씨다 더운 탓도 있고
할머니의 납골묘가 풀숲과 맞닿아 있어서 인지
묘지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풀들이 무성했다.
묘지석만 닦으면 될 줄 알고 목장갑이 아닌
비닐장갑만 가지고 갔는데 급한 데로
그거라도 낀 채로 무성한 잡초 덩굴들을 제거했다.
모습을 드러낸 할머니의 흙투성이 표지석을
생수로 닦아드리고는 물티슈로 다시 정성스레
씻겨드리니 마음이 조금 후련했지만
자주 찾아보지 못한 죄송한 마음 또한 함께 들었다.
그렇게 할머니를 찾아뵙고 나니 근래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무덤가의 무성한 잡초처럼 어느새 그득그득 자란
욕심이 내 마음을 가리고 있어 그랬던 것 같다.
한번 마음이 욕심에 뒤덮이고 나면
이전의 깨달았던 지혜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원하는 것을 쫒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어느새 또 지쳐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음에도 벌초가 필요하다.
뒤덮인 욕심을 걷어내고 가볍고 깨끗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살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욕심이 잡초처럼
다시 자라나겠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뒤덮이기 전에
자주 들여다 보고 마음의 벌초를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