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뒤져버린 낭만

대이성의 시대

by homeross

'낭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을 울리는 단어이다.

20세기와 21세기의 경계에 살던 나의 어릴 적은

그야말로 대낭만의 시대였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도

그다지 화목하지 못했던 가정사도

'낭만'이라는 마취제 한방이면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20대 초반에는 친구들과 없는 돈을 털어

어묵탕 하나를 시켜놓고는 밤새 국물만 리필해 가며

소주를 마셔대며 가진 것도 없는 시커먼 놈들이

꿈을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황된 이야기들이지만

그때의 '꿈같은 소리' 들이 많이 그립다.


어느새 가진 것 없는 시커먼 놈들은

새치가 희끗한 나이가 되었다.


그때 허무맹랑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이야기하던

젊음들은 이제는 가혹한 현실에 대가리가 한두 번쯤

터지고 마음이 걸래짝이 되어 더 이상 꿈같은

소리는 입에 담을 여유가 없는 나이가 되었다.

눈앞에 '현실'만 생각하기도 벅차다.


어느새 '대이성의 시대'가 도래했고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시대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낭만의 자리를 이성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 예전 '낭만'이 통하던 시대가 그리워진다.

아무것도 없어도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현실은 가난하고 어렵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며

밤새울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언젠간 의미도 몰랐던 성공을 입에 올리며

꿈을 꿀 수 있었던 허무맹랑했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이 조금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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