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적고 봅니다.

많이 보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소양일 것인데

때로는 너무 쓸게 없다.

많이 보지만 보는 모든 것이 모두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많이 생각하지만 그중 쓸데 있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안되고

유의미한 생각들도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이렇게 되기 일쑤이다.

그럴 땐 아무것도 안 쓰고 가만히 있는 방법도 있는데

그런 날이 계속되고 길어지면 결국 '아무것도 안 쓰는 자'가

되어버리기 십상이기에 우선 아무 생각이 없어도

무어라도 한자 적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써지지는 않지만

때로는 내 무의식의 밑바닥 깊은 어느 곳에 있었던 생각들이나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쓰이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너무 쓸게 없는 그런 날

그래서 제목처럼 우선 적고 봅니다.

쓸게 없다는 말도 쓰고 보니

나름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쓰고 나중에 생각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 쓰는 자'는 아니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