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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가 많다.

ENFP의 외로움

by homeross

나는 친구가 많다.

친구와 지인의 정의의 따라 숫자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뭉뚱그려 만나면 즐겁고 술 한잔 기울이며 속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만한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꽤나 많이 있다.

사람을 만날 시간과 돈과 체력의 한계로 분명 제한은 있지만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고 신뢰를 쌓아가면 세월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고 행복한 일이다.


지금은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만으로 충분하지만 지금 보다 더 미숙한 시절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꽤나 힘들었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내가 마음을 준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을 돌려주길 바랐고

지금처럼 굳이 불필요하게 떠들지 않아도 서로 편한 관계보다도

떠들썩하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꽤나 애쓰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좀 지쳐갔다.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고 사람들을 만나면 인정욕구가 생겨 에너지를 쏟기만 하다 보니

너무 지치고 지친 만큼 보상심리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가에 와서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들이 지치고 힘든 일이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잘못을 돌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든 진정한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내가 사람들을 좋아하는 욕심이 나를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인간관계와 관련된 여러 인문학 서적들을 읽으며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인간관계 보다 중요한 건 나와 나의 관계라는 사실이었다.


외롭고 공허한 순간이 올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고 인정을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었다.

채우려고 노력해도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고 그만큼 나는 채우려는 욕심에 지쳐갔다.

나와의 시간이 필요했다. 구멍을 메우고 외로움의 이유를 찾고 외로움을 친구로 만들고

누구에게나 공허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만

나에게는 성장의 시간이었고 삶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 후 다시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우선 누구를 만나도 마음이 너무 편했고 그 온도와 느낌은 아마 그들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함께하는 순간의 즐거움을 제외하고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게 되고 난 뒤

나는 그들을 진정 친구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크게 달리 진 것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때론 외롭고 때론 공허하지만 이제는 그래도 괜찮다.

그저 조금 멀리 떨어져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때마저도 이제

조금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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