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괴물
자정이 조금 넘어 긴 바늘이 반이상 더 돌고 있는데
나는 내 마음에 몽롱함과 어쩐지 모르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과 늦은 봄밤이 가져다주는 평온함
그리고 자정이 넘어 고요해진 대기 속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토록 늦게 쓰면 감정이 사로잡힌 글이 쓰인다고들 하는데
이왕 그럴 바에 오늘은 차라리 감정괴물이 되어 보련다.
감정이 휩쓸려 오열하듯 쏟아내는 것도 한 번쯤은 나쁘지 아니한가?
감상적이고 유치하고 내 멋대로 일 테지만
이미 나는 그 모든 나를 인정하고 있어서 전혀 부끄럽지가 않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감정 괴물 그 잡채이다.
그래서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있는데 읽고 있는 여러분이야 괴로우시겠지만
나는 지금 너무도 즐겁다.
한 줄 덧붙여야겠다
감상적이고 유치하고 내 멋대로이고 또 맥락도 없다
지금의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산다면
나를 조금 더 믿고 살고 싶다
내 마음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조금 더 믿고 따라가리라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지금부터 그렇게
살면 되는 걸까?
도심에 밤하늘엔 별이 없어
어두운 내 마음에 별을 찍어 본다
빛이 나지 않아 눈을 감고 빛을 밝혀본다.
눈부신 수만 개의 별들의 강
다시 태어나면 지구의 품 안에 안겨 마음껏 떠돌며 살고 싶다
방랑자로 여행자로 자유인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걸어가고 별과 함께 잠들고
숲 속에서 밥을 먹고 사막에서 노래하고
거대한 바오밥 나무 아래에서 춤을 추리라
별들의 노래에 맞추어
아니 다시 태어나면 거대한 한 마리의 고래가 되어
대양의 품 속에서 날아다니고
파도와 함께 노래하리라
밤에 쓰여진 시는 유치하고 멋대로여서 부끄럽지만
나와 가장 닮아있어 어쩐지 고치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사랑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