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채운다

마음도 그렇다

by homeross

살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집을 늘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아무리 깨끗이 치워 놓아도 집에 어지름의 요정(이 건 뭘까?)이

새끼를 치고 창궐한 것 마냥 하루도 안 돼 조금씩 흐트러지고

쌓이는 먼지와 자연발생(?) 하는 머리카락들을 보면

집에 처녀 귀신이 살거나 가족들 모두가 탈모 진행 중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나라다.

그런데 너무 뚜렷해서 옷도 사계절에 맞추어 사다 보면 집은 금세 포화상태가 된다.

반팔, 긴팔, 반바지, 긴바지, 정장, 점퍼, 패딩 등등등

세 가족뿐인데 장롱은 이미 가득 찬 지 오래고 여기저기 계절이 한참 지난 옷들과

지금 입는 옷들이 뒤섞여 옷을 찾아 입기도 힘들어진다.


그럴 때면 한 번씩 대규모 작전(?)에 돌입하는데 바로 집안 대정리이다.

정리의 핵심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우선 줄이는 데 있다.

안 입는 옷가지, 안 쓰는 운동기구, 고장 난 전자기기, 그 외 아끼는 잡동사니들

모두 미련을 두지 말고 쓰레기봉투 속으로 직행시켜야 한다.


그렇게 쓸지 말지 입을지 말지 팔지 말지 고민하던 물건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모든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고 내 마음도 평온을 찾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또 새로운 물건들 가지고 싶었던 잡동사니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집안 정리의 노하우를 채득하고 실천하다 보니 문득 마음 정리는 그렇게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았다.

가뜩이나 좁아터진 밴댕이 같은 마음 안에 너무 나도 많은 잡동사니들을 보물인 양 끌어안고 살고 있었다.

미움, 연민, 어릴 적 슬픈 기억, 분노, 가족의 대한 섭섭한, 서러움, 그리고 나쁜 기억들 모두를

버리지 못하고 마치 추억인 양 곳곳에 쑤셔 놓고는 더욱 비좁아진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안 버려지는 마음은 어찔할 수 없지만 우선은 비워지는 마음부터 내려놓고 나면

그 자리를 다시 좋은 것 들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나면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은 애초에 못되니 어쩔 수 없겠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한 번은 더 웃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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