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마렵다
나는 딱히 잘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물론 모든 일에 무관심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남들보다 조금은 빠르게 배워나가곤 했다.
그런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단계에 오거나
누군가와 경쟁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금세 흥미를 잃고 차갑게 식어버리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한 가지를 꾸준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 분야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부러웠다.
젊었을 때는 특출 난 부분이 없다고 해도 배움의 과정이고 경험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중년에 접어드는 지금은 그저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나도 하나를 좀 진득이 파보고 싶어 졌고 평소 산만하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계속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 대상을 택하는 일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오랜 시간 고민을 계속하다 깨달았다.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 용기가 없을 뿐이라는 것을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나누고 무언가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주저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현실의 일이다. (그리고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도 현실의 일임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너무 오래 미루어 왔고 항상 삶의 우선순위에서 빠져있는 일이었다.
사실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잘 쓰고 싶기도 하고 글로 밥 벌어먹고 싶기도 하지만
사실 무엇보다 즐겁다.
내 마음에 묻고 그 대답을 끄집어내어서
내가 납득할 만한 형태로 표현하는 행위가 나는 그저 재미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 귀찮을 수도 있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 있다.
밥을 먹는 일도 배변을 하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모두 그 어느 누구라도 꼭 해야 하는 일들이다.
삶 속에 너무 밀접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소변을 보다 문득 그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은 보통 하루에 세끼이니 그건 너무 적고..
그렇다고 숨 쉬듯 쓰는 경지는 평생이 걸려도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소변보듯 쓰고 싶다.
너무 글쓰기가 마려워 참을 수 없도록 자연스레
그렇게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