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래다

by homeross

처음에는 아무 색도 없이 그저 한없이 투명하기만 했는데

어느새 하나하나 새겨지듯이 더해져 갔다.


기쁨으로

슬픔으로

행복으로

아픔으로

쓸쓸함으로


그렇게 선명하게 물들었다,


이름 없는 화가의 추상화처럼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부인할 수 없는

그저 나였다.


나를 채우던 색들에 익숙해졌을 때

나는 더 이상 칠해지지 않았다.


그저 어두운 골목에 오래된 연극 포스터처럼

그렇게 바래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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