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무 색도 없이 그저 한없이 투명하기만 했는데
어느새 하나하나 새겨지듯이 더해져 갔다.
기쁨으로
슬픔으로
행복으로
아픔으로
쓸쓸함으로
그렇게 선명하게 물들었다,
이름 없는 화가의 추상화처럼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부인할 수 없는
그저 나였다.
나를 채우던 색들에 익숙해졌을 때
나는 더 이상 칠해지지 않았다.
그저 어두운 골목에 오래된 연극 포스터처럼
그렇게 바래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