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벗어나는 법.

땅을 파고 자꾸자꾸 들어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by 가은

예전부터 힘이 들 때면 내가 늘 하던 생각이 있다.

'바닥을 쳐라. 바닥을 치고 나면 오를 일만 남아 있다.'

어설프게 힘들고 괴로우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기 쉽다고 생각하여 힘든 일들이 생기면 바닥을 칠 때까지 나를 나락으로 내려놓는 편;;


아가를 보낸 일은.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스스로 바닥을 치게 했다.


먹고 싶지도. 자고 싶지도. 웃고 싶지도 않았다.

첫째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었지만(엄마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고 안쓰러워하는 우리 큰 애기..ㅜㅜ)

먹으면 토할 것 같고. 눈을 감으면 자꾸 수술하던 날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혼자 있는 시간이면 자꾸 눈물이 흘렀다.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나이지만.

바닥을 치고 발버둥 치고 있는 내가 요즘 하는 일들을 정리해본다.


맘 카페 탈퇴하기. 아기 관련 앱 삭제하기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날락하며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던 이야기에 나를 대입해보고 혼자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날들.

임신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유산을 하던 날까지도.

나는 맘 카페의 정보들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내려놓지 못했던 것 같다.

유산을 하고 난 후에는 다음 임신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며, 오지도 않은 미래를 생각하다가 벌써 불안해진 나를 보며. 이건 아니다 싶어 과감하게 삭제했다.


다음 임신 시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으리...!


쓸데없는 일들 잔뜩 하기


지금도 가만히 혼자 있으면 머릿속엔 온통 임신. 출산. 유산 생각뿐. 유튜브에서도 수십 편의 유산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잠시라도 우울감에 덜 젖어들고자. 수술 후 바로 서점에 가서 만화책을 잔뜩 샀다. (수학의 정석을 풀어볼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오래 앉아있는 건 유산 후 조리에 안 좋을 것 같아 패스)

집에 묵혀져 있던 플레이스테이션을 팔고 닌텐도도 샀다.

집안 곳곳에는 읽고 싶던 책들을 쌓아두고. 핸드폰을 켜면 읽지 않았던 웹툰들이 잔뜩 떠 있게 준비도 해두었다.


그래도 여전히 잡생각이 가득하지만...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는 일 들.


장보고. 먹고. 또 먹고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터라 임신 전에도. 임신 초기에도 먹는 것을 많이 등한시했었다.

유산하고 가장 후회가 되었던 건. 젊음을 과신하고 내 몸에 대해 너무 편하게 생각해. 가장 중요한 것을 돌보지 못했던 것.


먹으면 토할 것 같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바쁜 남편을 졸라 마트에서 장을 잔뜩 봐와서 먹고 또 먹었다.

감사하게도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음식 준비에 앞장섰다.


남편이 없으면 또 혼자 아무것도 안 먹고 있을 때가 많지만.

의식적으로 몸을 돌보고자 약도 먹고. 영양제와 한약도 챙기고. 반찬 하나라도 더 챙기는 중.


남편이 정성껏 차린 밥상.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지만.

애쓰고 노력해보려 한다.

또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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