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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국 Mar 01. 2023

저 여자분이었으면 좋겠다

첫인상

첫인상



2018년 9월.

사당역 파스텔시티 지하 출입구.

거기서 처음 만나기로 했다.

이미 한 달가량 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어떤 사람이겠구나 하는 기대와

구체적이지 않은 친밀감이 이미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당역이라 해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당시 나는 갖고 있는 옷 중 유일하게 깔끔한...

하늘색 폴로셔츠를 입고 나갔다.

그때 그녀와 통화를 하며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카톡과 똑같은 말투에 낯선 목소리.

서로 '저는 사당역이다, 그쪽은 정확히 어디냐' 물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통화를 하며 걷는 여성분이 여럿 있었다.

저 사람인가? 아닌가? 저 사람인가?

내 눈이 여러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때,

순간적으로 멈춘 내 눈에는 흰색블라우스, 짧은 치마를 입은 한 여자분이 보였다.

'와 저 여자분이었으면 좋겠다.'


무의식 중에 떠오른 내 마음이

통화소리와 그녀의 입모양이 맞아 드는 걸 확인하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도 웃는 내 모습을 봤는지 나를 보며 웃어줬다.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됐을 때, 나는 그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그녀도 그때의 내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고 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아무리 때 빼고 광내도 왜 그때의 모습이 안 나오냐며 핀잔을 준다.

미안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서로 처음 만났을 때 그분 어디 가야 볼 수 있냐고 농담을 한다.


우린 서로에게 너무 좋은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이젠 와이프가 된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이러했다며

바보 흉내를 내는데 그런 모습까지 좋아해 줬다니 다행이다.


이제 곧 결혼 2년 차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여전히 바보 같고

그녀는 여전히 예쁘다.




‘괜찮은 친구 있는데 소개받아볼래요?’

라고 하는 회사 선배의 지나가는 말을 붙잡길 잘했다.

나이스 캐치였다.


첫인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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