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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샛별 May 21. 2024

징글징글 사랑사랑

육아 일기

지호에게 목숨보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지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 채 나를 가만히 보고만 있다.

어젯밤엔 잠자는 지호가 귀여워서 참지 못하고 이마에 뽀뽀를 했다.

결국 지호가 잠에서 깨고 말았다.


지호가 원하는 것은 뽀뽀가 아니라 깊은 숙면일 텐데.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자신의 과격한 감정에 취해있는 것이

꼭 아빠와 닮았다.

닮은 것인지, 닮아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목숨보다 사랑해, 지호야.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지호를 보니, 아빠가 떠오른다.

지호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얼굴이 꼭 아빠 같다.

그것이 아빠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과격한 사랑은 다가가기 어렵고, 부담스럽다.

스스로의 사랑에 도취된 과격함은 때때로 폭력적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밤 또 참지 못하고 지호의 이마에 뽀뽀를 해버리고 말 것이다.

아빠가 해왔던 방식 그대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절제를 포기하고, 사랑이 이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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