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보맘의 육아일기_7
똘이는 요즘 서는 게 재밌나 보다.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 잡고 선다. 서랍장, 의자, 매트리스, 내 바짓가랑이…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그중 제일 만만한 건, ‘어라운드 위고’라는 장난감이다. 둥그렇게 생겨서 아기들이 제자리를 빙글빙글 타고 다니는 보행기인데, 언젠가부터 똘이는 자기 키 만한 그 장난감을 짚고 일어서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낑낑거리며 일어나고선 어라운드 위고에 있는 모든 종목을 갖고 논다.
피아노 건반도 눌러보고, 거울도 봤다가, 소리가 나는 원통 모양의 장난감도 굴려보고, 바쁘다.
똘이의 시선에선 세상이 너무 재밌다.
장난감을 조작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는다.
에~에에?! 옹알이는 마치
엄마! 나 지금 너무 신나! 재밌어요! 로 들리고, 그럼 그때부터 내게 약 30초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온통 판타지임에도, 아기의 집중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똘이는 놀다가 금방 나를 찾는다.
놀랍게도, 음, 매!(엄마!)라고 부르며.
내가 ‘엄마’라는 걸 알고 음, 매!라고 부르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음, 매!를 부르면 자신이 위험에서 구출된다는 사실을 안듯하다. 그걸 알고부터 일까. 똘이는 어라운드 위고에서 한창 놀다가 음, 매!를 외친다.
그럼 나는 얼른 서있는 똘이의 뒤로 가서 똘이의 허리를 잡고,
똘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내 다리 위에 털썩 앉는다. 한번은 허리를 잡아주지 않고, 뒤에 앉아만 있어 봤는데,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낑낑거리는 소리를 냈다.
너무너무 서고 싶지만, 막상 서고 나면 혼자 앉는 게 두려운 것이다.
일단 저질러놓고 걱정을 하는 똘이가 나를 닮았다.
대책 없는 겁쟁이.
이런 것도 유전이 되나?
하루에 음, 매!를 몇 번씩 듣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저번주에 친구들이 놀러 와서 한창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똘이가 어라운드 위고 위에 서서 갑자기 대성통곡을 했다.
히죽히죽 웃던 똘이가 갑자기 울어재끼는 바람에 모두가 놀랐고, 막연히 관심을 주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대책 없이 무작정 서버린 똘이는 수다삼매경에 빠진 엄마가 자기를 봐주지 않아 영 무서웠던 것이다.
설 때마다 음, 매!를 외치는 똘이가 귀찮으면서도 내가 뒤에서 잡아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털썩 주저앉는 겁쟁이 녀석 덕분에 하루에도 수차례 웃는다.
작은 두 발로 번쩍 서고, 엄마를 부르기 시작한 똘이를 응원한다.
아기의 성장을 지켜보다가 한 해가 훌쩍 가버렸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뒤집지도 못하던 똘이가 눈에 아른거린다. 매일 성장하는 똘이가 갸륵하면서도 안쓰럽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똘이가 두려움을 느낄 때면 언제든 곁에 있으줄 수 있기를.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따뜻한 품을 제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