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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가 천재인가?

초초보맘의 육아일기_13

by 지수연

내가 천재를 낳았나?


부모라면 누구든 한 번쯤 이런 망상에 빠지는 것 같다.

오늘 내가 그랬다.


똘이는 동물 울음소리가 나는 사운드북을 유독 좋아한다. 강아지 멍멍, 고양이 야옹야옹, 오리 꽥꽥, 호랑이 어흥…

번갈아가며 동물 흉내를 내주곤 하는데, 언젠가부터 똘이는 죽어라 젖소만 누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음매~~~를 수도 없이 따라 해야 했다.


오늘은 어쩐지 평소처럼 젖소 버튼을 한참 누르더니 양을 연속해서 눌렀다. 젖소와 양을 번갈아 누르더니 나를 보며 엄마! 엄마! 하는 것이었다.


젖소는 음매~

양은 으으음매~

엄마는 엄마.


요즘 똘이는 엄마맘마 그리고 빠빠, 이 세 단어를 집중적으로 말하기 시작했고, 특히 엄마를 제일 많이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엄마를 외치는데, 매번 발음이 조금씩 다르다. 완벽한 ‘엄마’는 드물고, 음매, 음마, 음머, 엄머 등등, 엄마로 수렴하는 단어를 외치는 것.


그러고 보니 젖소의 음매나 양의 으으음매 역시 똘이가 부정확하게 발음하는 엄마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천재 똘이는 젖소와 양의 울음소리를 엄마와 비교해 본 것이 아닐까?

음매와 음머와 엄마의 차이를 심도 있게 분석한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쓰고 보니 팔불출 애미가 따로 없다. 하하하…


어쩌면 이게 모두 똘이가 컸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 달 하고도 일주일 뒤면 똘이가 돌을 맞이한다.

점점 아기와 의사소통이 되는 것 같아 요즘 육아가 무척 신이 난다.

오늘은 <달님 안녕> 동화책에서 달님이 메롱하는 표지를 보더니 자기도 혀를 낼름 내밀고 배시시 웃었다. 달님보다도 백만 배는 깜찍한 우리 아기…

아아, 아기의 깜찍함은 어디까지일까…!


돌 즈음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데(그만큼 귀엽다고 한다) 나는 이보다 더 팔불출이 되겠구나 싶다.

11kg 아기를 들었다 내려놨다 하느라 몸은 늘 뻐근하고, 정신이 없어 까먹고 머리도 3일 만에 감았지만, 이게 다 아기의 깜찍함 때문인 것 같다.


아기의 깜찍함이 고단함을 망각하게 하고, 우리 애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망상만 심어놓는구나. 정말인지 나는 몰랐다.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을 또는 우스운 엄마가 될 줄이야.


그렇지만 민망함을 무릅쓰고 <우리 아기가 천재가 아닐까요?> 스토리는 계속해서 연재하고 싶다.

천재든 천재가 아니든 그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소소한 발견이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날일 것임을 막연히 알고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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