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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래에서 나를 구하기 위해 왔다.

초초보맘의 육아일기_12

by 지수연

오늘은 네가 내 품에 꼭 안겨 잠이 들었다.

고요한 밤이었다.

너를 안고 네 숨소리를 오랫동안 들었다.


많은 것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과거를 곧잘 후회하고 번복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일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삼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자주 가정법을 넣어 삶을 수정해보곤 했다.

과거는 후회되고, 미래는 불안해서 삶에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젠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다.

과거로 돌아가면 네가 없을 것이기에,


나는 네가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그것 자체로 기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네 숨소리가 내게 지금 현재를 짚어준다.

지금처럼만 삶이 흘러간다면 바랄 게 없는,

소박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운 평범한 일상을 나는 바라고 또 바란다.


너는 미래에서 나를 구하기 위해 왔다.

네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삶의 의미를 되짚고 있을 것이다.

되짚고 되짚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쓸쓸하게 누워있을 것이다.

그곳엔 네가 없기에 너의 고요한 숨소리는 들리지 않고,

나는 공허함만 되새기다가 사소한 계절의 변화에도 퍽 울적했을 것이다.

그런 나를 구하기 위해 네가 왔다고 나는 확신했다.

네가 내게 안겨있었지만,

네가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내일은 피를 뽑기 위해 병원에 가고,

나는 오늘 두배로 기도를 드리기로 한다.

평범한 삶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 내 아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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