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차가 막히자 택시 아저씨가 대뜸 유튜브 숏츠를 켰다.
그의 핸드폰에서 귀여운 서양 아기가 나와 계속 웃어댔다.
아저씨는 그 아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차가 막히니까 그럴 수 있나.
아저씨는 정차해 있는 동안 여러 숏츠를 연이어 넘겨봤다.
초록불로 바뀌어 달리는 와중에도 그는 그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내 옆엔 똘이가 함께 타고 있었다.
우리는 문화센터 수업을 듣기 위해 홈플러스에 가는 중이었다.
일단 심호흡을 했다.
대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참는 것을 택해왔다.
어차피 5분 뒤면 내릴 것이고, 이 아저씨와는 평생 만날 일이 없을 테니까.
카카오택시 평점이나 제대로 매기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건 과거의 나였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얘기했다.
말하면서도 내가 정말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이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말인데...
꿈인가 현실인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하... 아저씨. 유튜브를 보면서 달리시면 어떡해요?
저는 그렇다 치고 아기랑 타고 있는데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시려고요?
이 긴 문장을, 쉬지도 않고 말했다.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나는 그가 어떤 보복을 할까 두려웠다.
(애초에 내가 문신을 한 덩치 있는 남자였다면 아저씨가 숏츠도 안 봤겠지)
혹여나 아기가 있는데 욕설을 내뱉진 않을까.
갑자기 차를 휙 돌려버리며 위협을 하진 않을까.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겁이 많아서 여태껏 아무 말도 못 했던 거다)
그러나 아저씨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튜브를 껐고,
네비를 켠 뒤 성실하게 홈플러스로 달려갔다.
도착할 때까지 아저씨는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그가 유튜브를 끄고 열심히 달려준 덕분에 문화센터에는 정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똘이를 데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동안에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셨을 때의 짜릿함과 개운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할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구나.
그러고 보니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의 팔 할은 할 말을 하지 못해서 일어났는데,
그렇다면 앞으로의 삶을 좀 더 기대해 봐도 되는 것일까?
나를 강한 엄마로 만들어 줘서 고마워, 똘이야.
역시 엄마는 강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