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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머리가 왜 그래요?

by 지수연

오늘도 실패했다. 이발.

바리깡을 갖다 대기도 무섭게 울어버리는 바람에 똘이를 안고 집으로 왔다.


아기를 낳기 전에, 거지 왕초 같은 머리를 한 아기들을 보면 의아했다.

저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아기 머리를 저렇게 잘라놨을까.

미용실 가는 게 그렇게 아깝나?

삐뚤빼뚤한 앞머리, 산만한 장발 머리, 최양락 단발머리...

그런 머리들을 보며 나중에 아기를 낳는다면 깔끔하고 단정하게 아기를 키우겠노라 다짐했었다.


나는 얼마나 오만했던가.

돈이 없어서 못 잘라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아기를 최양락처럼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기가 미용실을 병원보다 무서워할 거라곤 상상도 못한 것이다.


17개월 똘이는 이제껏 세 개의 미용실에 갔다가

모두 기절 직전까지 울고 나왔고,

동네 엄마들에게 수소문해 아기 머리를 잘 자른다는 미용실에 오늘 데려갔지만

미용사에게 퇴짜를 맞고 말았다.


"어머님, 지금껏 어떻게 머리를 강제로 자르셨길래... 바리깡만 갖다 대도 울까요?

저랑 친해지는 게 우선일 듯해요. 평일에 저희 미용실에 자주 놀러 오세요.

안 그럼 5살 될 때까지 미용실에만 가면 우는 아이로 자랄 거예요."


미용사는 친절하고 아기의 마음을 잘 아는 분이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남들에게 피해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매일같이 미용실에 가서 넉살 좋게 아이를 놀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나를 버려야 했다.

똘이를 위한 길이라면 어려움을 무릅써야 하는 거겠지.

나는 고민 끝에 시간이 될 때마다 빵이나 음료수를 사서 미용사에게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자, 생각이 바뀌었다.

꼭 미용사에게 머리를 잘라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내가 잘라주면 되잖아?


나는 곧바로 유튜브를 켜서 아기 머리 자르는 법을 검색했고,

전직 미용사가 추천한 대로 똘이의 앞머리를 잘랐다.


.... 망했다.


남편이 뜨악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이게 뭐야? 애 얼굴을 아주 망쳐놨네.


삐뚤빼둘한 앞머리. 심지어 사선 방향으로 잘라져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헤어스타일이었다.

차라리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일자 앞머리가 나았을까?


미용 자격증을 따야 하나.

바리깡을 사서 유튜브를 보고 연구를 해야 하나.

최양락 머리조차 어려운 거였구나.

나는 아기를 낳기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몰랐다.


그럼에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지 않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기절할 정도로 우는 아기를 붙잡고

(다들 이렇게 자른다고 하여 나도 그런가 보다 했다)

머리를 자를 바엔, 그냥 바보같이 하고 다니는 게 낫다. 아무렴 낫다.

조금 못나 보이면 어때.

네가 행복하면 됐다. 사는 게 뭐 별거냐. 외면의 쁘띠함보다는 내면의 안정이 더 중요하잖아? 그렇잖아?


엄마는 오늘도 눈물을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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