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을 보고

by 한고은

한산이라는 영화를 봤다. 너무 재미있게 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관에 가 몇 번 더 관람했다.


가끔 그 영화를 볼 때 마다 조금 더 일찍, 개봉했을 때 봤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랬으면 더 많이 봤을텐데, 그랬으면 더 많은 시사회를 다녔을텐데.


그만큼 영화가 재밌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영화를 보던 드라마를 보던 책을 읽던 어떤 음식을 먹던 강하게 의견을 피력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고 재미 없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음식도 마찬가지였고 책도 그랬다. 못 먹는 음식은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지만 딱히 싫어하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음식이 많지는 않았다.


아마 이렇다 할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드는 영화를 찾는 게 더 힘든 게 분명하다.


영화도 드라마도 책도 음식도.


그런 나에게 한산은 오랜만에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영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게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나에게만은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한산은 제목 그대로 한산 대첩 상황을 스토리로 만든 영화다.


일본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일본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감이 넘쳤다.


영화를 3번쯤 봤을 때는 이러다가 일본어를 하는데 사무라이 같이 말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서 이순신의 비중은 많았지만 대사의 비중은 적었다. 오히려 일본인 장수 와키자카가 영화의 반쯤 분량에 대사를 했다.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점이 이번 한산에 나오는 이순신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과묵하고 자신의 말에 생각을 깊이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이순신은 그야말로 커다란 바위같이 느껴졌다. 과묵하지만 정말 단단해서 절대 깨지지 않는 그런 바위. 특히 영화 장면 중 검은 하늘과 그 아래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뒷 모습이 아주 멋있었다. 영화에서 어떠한 말도 없었지만 그를 믿을 수 있었다.


이렇게 역사 관련 영화나 책을 보다 보면 내가 얼마나 역사를 좋아하는지 깨닫는다.


이번에는 한산을 보면서 한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따로 한자를 공부하지 못 하는 상황이지만 언젠가 상황이 된다면 꼭 공부해서 역사서 한권을 읽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에 대해 다루는 다른 매체들도 접하고 싶어서 지금은 예전에 방영한 불멸의 이순신 이라는 드라마를 보려고 한다.


예전 드라마라 굉장한 편수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의 일을 끝까지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내가 언제 이 많은 드라마를 다 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한산은 8월이라는 한여름에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준 영화다.


영화관에서는 영화를 다섯번 본 상태이고, 가능하다면 상영하는 동안 더 보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에 미쳐서 무대인사까지 간 경우는 처음이고 이렇게 하나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이렇게 본 경우도 오랜만이다.


이 영화에 많은 신세를 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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