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by 한고은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책 제목과 설명을 보고 나미야 잡화점같은 힐링 소설인가 싶었다. 그렇다면 비슷한 결이라 생각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제출해야 하는 독후감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인 독고씨는 서울역 노숙자로 기억의 대부분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 독고가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면서 생기는 일이 이 책에 담겨있다.


사실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도 좀 있었고 조금 현실감 없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나 나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해봤기 때문에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편의점 야간에 대해서 말하자면 다른 시간대에 비해 사람이 거의 없다. 새벽 시간대는 정말로 아무도 없는 시간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새벽이 되기 전 자정 즈음에는 사람이 갑자기 확 몰린다.


내가 알바를 했던 기간이 코로나 시기여서 특히나 11시에 술집이 문 닫기 때문에 다들 편의점에서 술을 사고 집이나 다른 곳으로 가서 더 마시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술에 취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 편의점에서는 진상을 JS라고 부르는데, 책에 나온 진상은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심해 보이지는 않았다.


편의점 진상이라고 하면 뭔가 봉투 빌런이나 동전 빌런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그런 사람은 내가 일할 때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봉투가 돈이 매겨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건지. 동전으로 계산하는 것도 500원이라 어렵지 않았고 막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조금 이상한 사람들은 꽤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계좌 이체는 안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이체란 돈 입금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야간 알바생인 나는 그걸 확인할 방도도 없으며, 무엇보다 이체가 안되는 편의점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묻는 게 끝이 아니라 안된다고 말하면 내 계좌를 부탁한다는 점이다. 내 계좌로 보낼 테니 결제해 주면 안 되냐고 말하는데, 나로서는 꽤 곤란할 뿐이다.


처음 몇 번은 그렇게 해주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나니 내 계좌가 사방팔방 모르는 사람에게 뿌려지는 것이 조금 그랬고 무엇보다 많이 번거로웠다.


또 쓰레기를 절대 안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책상 위에 올려다 놓기만 하면 양반이다. 바닥에 쓰레기를 다 버려놓고 가버린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 그때는 정말 피곤했다. 다 닦은 책상을 처음부터 닦아야 했고 바닥을 물론이고 쓰레기도 내가 다시 버려야 했다.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보거나 따지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중 제일은 커피를 사던 손님 중 한 명이었다.


그 사람은 정말 이래저래 말을 다 바꾸면서 처음에는 내가 이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다 가봐서 잘 아는데 걸렸다가, 내가 이 경우에는 이렇게 적용이 안된다고 그러자, 내가 어떻게 그걸 다 알아 거리며 공격을 했다.


정말로 말이 안 통하는 손님이었고, 말도 정말 험하게 했으며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책에는 편의점이 주를 이룬 게 아니라서 그런지 편의점에 나오는 어떤 손님을 기준으로 그 손님들의 이야기를 풀다 보니 편의점 자체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적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읽으면서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느낀 것은 시급이었다. 책에 나온 편의점 사장님은 과거 선생님으로 굉장히 윤리가 있으신 분이었다.


그래서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쪼개기 알바도 절대 안 하고, 시급을 최저로 잘 챙겨주며 주휴, 야간 수당까지 챙겨줬다.


그렇지만 나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알바를 보면서 저렇게 최저 시급을 다 주는 사장님은 처음 봤다.


일단 지금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편의점도 주휴수당도 그렇고 돈을 덜 쓰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만 일하게 하며 위에 말한 야간 알바도 야간, 주휴수당은커녕 시급도 제대로 안 챙겨줬다.


나는 주말 야간으로 20시간을 일하면서 한 달에 딱 60만 원만 받았다. 시급으로 7500원을 받았다는 소리다.


그래서 그때 일을 하면서 정말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이란 모름지기 돈을 받으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되는데, 야간 알바를 할 때는 돈을 받아도 돈보다 일의 크기가 더 크다고 느껴져서 그런지 기쁘지가 않았다.


책에서 결국 독고씨는 조금씩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과거를 따라 편의점을 그만두고 돌아간다.


독고 씨가 어떤 이유에서 기억을 잃을 만큼 술을 마셨는지 나오는데 그 이유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독고 씨라는 인물을 이렇게 떨어트려야 했는지 의문이었고, 꼭 이런 이유를 넣었어야 했나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결국에는 6개월 동안 일한 편의점 야간 알바를 그만두었다.


일을 그만둔 날 오랜만에 주말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침대 위에 있을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지금 밖이 어둡지만 나는 집에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행복을 줬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건, 역시 사람은 밤에 잠을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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