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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억

by 제로

그날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건, 나는 줄곧 그림자를 자처했기에 (사실은 떠밀린 것일지도 모르는) 뒤따라갔던 그날. 양화대교를 따라 걸으며 너의 뒷모습을 좇아가는 게. 고작 좇아가기만 하는 게 나를 울고 싶게 했어. 너는 시간처럼 못 붙잡을 것도 아닌데 왜 항상 나를 앞질러만 가는 건지. 이따금씩 돌아보며 중얼거리는 너. 나는 왜 먼저 갈 생각을 않는 건지. 나는 항상 뒤쫓아가기만을. 언제까지? 갑자기 눈 앞이 희뿌얘졌지만 혹여나 당황스러울까 입 밖으로 뱉었어. 눈물 날 것 같으니 주의하라는 당부. 불행히도 사람이 많아지는 길목이라 참아낼 수 있었어.

그리고 너는 갑자기 동상에 대해 얘기했어. 난 그게 너만의 배려 방식이라는 걸 알아. 박정희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의미 없이 대교의 남단과 북단에 동상을 설치하게 되었고, 지금은 대부분 효창공원에 옮겨져 있다고. 하지만 양화대교 끝에 있는 이 동상은 아직 이곳에 있다고. 그런 얘기를 하며 우린 중고서점에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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