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뇌출혈 회복 연대기 20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유재하

by 캐롯킴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로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 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2023. 3. 8에 작성한 글.



공기가 제법 따뜻해졌다.


아프기 전에는 오두방정을 떨면서

봄을 맞이했었지만
(봄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1인)


작년 봄에 눈이 잘 안 보이던 때가 생각나서
따스한 공기에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봄이 와도 나랑 크게 상관이 없으니 뭐.
(10cm - 봄이 좋냐)


또 길거리에 벚꽃 엔딩 노래가 들리겠구만.


따스한 봄이 오면 아이들하고 손 잡고
벚꽃 보러 나들이도 가고
돗자리 깔고 같이 도시락도 먹고
할 것 참 많은데, 아쉽네.


온전히 사계절을 다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봄에는 유채꽃과 벚꽃을 보러 가고,
여름엔 바다나 계곡을 보러 가고,
가을엔 단풍을 보러 가고,
겨울엔 눈썰매를 타러 가거나 스키장을 가고.


계절마다 즐길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행복이란 뭘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우리 가족은 지금 행복할까?


행복이란
오감을 다 만족시키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나는
시각적 행복은 TV와 유튜브로,
청각적 행복은 음악과 노래로,
미각적 행복은 맛있는 음식으로,
촉각적 행복은 와이프랑 애들 손을 잡으며,
후각적 행복은 향수를 뿌리며.


나 행복한 거 맞네!


요즘 계속해서 나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


내가 행복한 이유를
억지로라도 찾는 중이다.


요즘은 기분이 별로인 날이 많다.


원래 웃음이 많아서 자주 웃었었는데
아픈 뒤로는 깔깔대면서

박장대소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학생 때는 진짜 많이 웃었는데...


그렇다.

요즘은 슬럼프다.
누구라도 좋으니 댓글로 응원 좀 부탁합니다.



최근에 운동치료실 안에 앉아

기치료를 하면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오셨다.


내 옆에 있는 의자에 풀썩 앉더니 하시는 말씀.
“아이고~ 이놈의 병 징그럽구만!”
한숨을 푹 쉬며 나를 조용히 바라보셨다.


눈이 마주쳤다.
순간 싸~한 기분이 들었다.
“빨리 낫고 싶죠?

제가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어떻게요?”


“온몸에 피가 돌아야 빨리 낫는 거야~~”


‘갑자기 반말?

깜빡이 안 켜고 훅 들어오시네.


어른들은 혈액순환을 참 좋아하셔.


간병인 이모도

혈액순환을 그렇게 강조하시더니...


이게 다 알토란, 동치미 같은

건강 프로그램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으면 돼. 그분은 다 이뤄주셔~”


나는 순둥이처럼 생긴 탓에
예전부터 항상 전도 1순위였다ㅠㅠ


못 걷는 나를 전도하시다니...대단했다.


저는 교회에 나가고 싶어도 못 간다구요!!


그분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는지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시면서

치료실을 떠나셨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내로남불 스타일.


어디 한 번에 낫게 하는 약 안 파나?
1억이라도 살 듯.


현금영수증을 안 받을 수도 있다.


최근에 손 운동 도구와

종아리 스트레칭 도구를 샀다.
정확히는 와이프가 사줬다.


왜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 했지?
남 고치는 데는 그렇게 열심이었는데.
고마워, 여보.


열심히 할게.



요즘 주식 공부를 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하루하루 시간 때우기만 하게 된다.


나도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얼마 안 됐다.
입만 살았다.

나도 별거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주식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면
도박이니 뭐니 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아무런 분석 없이 감으로 들어간다.


계속 공부하다 보면 조금씩 보이겠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얼마나 멋진가.
주식 전업 트레이더.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란에
전업 트레이더라고 쓰는 건 원치 않지만
아버지 직업란에 고스트 헌터라고
쓰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난 귀신 냄새도 싫다.ㅠㅠ



이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면서 사는 나.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독하다.


멘탈이 약한 분은 진작에 무너졌을 거다.
진짜 힘들고 진짜 무섭다.


누구한테 얘기해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나라도 그랬을 듯싶다.



예전에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했을 때,
혼자서 깜깜한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기분 같다.


수영도 못 하고, 물도 무서워하는 내가
그걸 하다니.

정말 무서웠다.


그때 순전히 깡으로 했었다.


근데 그 느낌보다 더 무섭다.


숨을 참은 뒤에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로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재활 과정도 똑같다.
다른 사람은 절대로 도와줄 수가 없다.

오로지 나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작년 이맘때 미리 병원에만 갔었어도.


100번째 후회 중이다.


이모가 주식 공부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하시는 말씀 때문에 엄청 웃었다.


본인은 삼성전자 같은 안전한 거 말고
짜릿하고 흥분되는 급등주를 좋아하신다네ㅋ


나보고 종목 추천 좀 해 달라고 해서
“이모, 저 안 보고 싶어요?” 라고 말씀드린 뒤에
적당히 끊었다.


예전에 봤던 뇌출혈이 온 할아버지께서
오리고기를 그렇게 드시더니

많이 좋아지셨다며
오리를 딱 100마리만 먹어 보라네.


귀여우셔 정말ㅋ


이모는 오리고기를 정말 좋아하신다.


다 나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겠지 뭐.


지금 감성이 너무 충만해서
김이나, 윤종신이 쓴 것 같은
주옥같은 가사를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한때 나는 작사가를 꿈꿨던 적도 있었다.



가만히 보면 다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다.


내 시계는 2022년 2월 19일에 멈춰 있다.


현실이 꿈 같고, 꿈이 현실 같다.
꿈이 현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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