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김건모
창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괜시리 마음만 울적해
울적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비 오는 소리만 처량해
비 오는 소리에 내 마음 젖었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
광주 슬기로운 재활병원은
코로나 검사 후에 면회가 가능했다.
아주 뚜렷하진 않지만,
2022년 4월 중순 정도부터
기억이 드문드문 난다.(20% 정도?)
꿈을 꾼 듯한 희미한 느낌의 기억.
크게 아파보니
진짜 내 사람과 가짜 내 사람이 구별되더라.
며칠 동안 퇴근 후에 날마다 와서
노래를 틀어주며
실컷 놀아주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말로만 가야 된다고
반복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오고 안 오고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자주 찾아와 주는 사람,
멀리서 한달음에 달려와 준 사람.
자주 와 준 사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내가 물리치료사인 게
소문이 다 나서
나는 말도 못 하는데
다들 엄청 신경 써 주셨다.
고마웠다.
심지어 나랑 대학이 같다며
선배님, 선배님 하고
불러주시는 분도 있었다.
나중에 다 나으면 학교 정문 앞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 하자고도 했다.
안 될 걸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말도 못 하고
쉰 목소리로 “네”만 겨우 했다.
기립대 치료를 30분동안 해야 했는데
30분을 다 채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70도 각도에 5분만 서 있어도
등이 땀에 흠뻑 젖었다.
말을 잘 못 하니
왼손 손가락 하나를 까딱까딱하고 움직이면
그걸 본 실습 선생님이 내려주셨다.
한 번도 30분을 다 채운 적이 없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힘들고 무섭더라.
바이킹을 타고 떨어질 때의 느낌이 나더라.
소문이 이상하게 났는지
내가 물리치료 강의를
하고 다니는 걸로 돼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었지만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데
못 알아들으셨는지
팀장님이 나보고 나중에 나으시면
강의 좀 해 달라고 하시네ㅠㅠ
이거 미치겠네..말도 못 하고..
팀장님! 강의는 아니지만
이런 글을 올리고 있네요~!!
섬망 때문인지
이때도 내가 일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돈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치료만 끝나면 선생님들한테 사 줘야 한다며
와이프한테 “간식, 간식” 그랬다네.
이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해 있었는데
간식을 4번 정도 한 것 같다.
와이프는 내가 현실을 깨달을까 봐
내가 말할 때마다
매번 간식을 사다드렸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양념치킨이 먹고 싶다 그래서
삼키지도 못 할 걸 알면서 시켜버렸다.
(갑자기, 몇 년 전에 병원 근처에 있는
치킨집에 갔었던 생각이 났음)
콧줄로 식사하던 내가
호기롭게 양념치킨을 한 마리나 시켜서
새끼손톱보다 작은 것도 못 삼키고
목에 걸려서 켁켁대고는
양념치킨 향만 맡고는 다 버렸더랜다.
밖을 두 달 동안 한번도 못 봤었는데
봄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소리를 들으라고
와이프가 창문을 열어줬을 때 들리던 빗소리와
창문을 타고 넘어오던 흙냄새가 그렇게 좋았다.
비 오는 날씨를 되게 좋아하는데
볼 수가 없으니 기분이 되게 이상하더라.
아픈 지 처음으로 바람 쐬러
아버지랑 같이 병원 정문에 나갔다가
눈이 잘 안 보여서 봄 향기만 맡고
지나다니는 차와 사람들만
잠깐동안 보다가 들어왔었다.
그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었다.
‘어..왜 앞이 안 보이지?
나 시력 되게 좋은데?
안개가 많이 꼈나?’
TV가 보고 싶어서 틀었다가
복시 때문에 잘 안 보여서
와이프한테 짜증을 많이 내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지우고 싶은 추억이네.
아닌가? 지우고 싶은 기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