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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발톱1

1. 달라진 일상.

by 번트엄버



언제부터였을까?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키고 침실을 나오며 시작되는 최근 나의 일상들에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건강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 모든 낯선 일들도 신기하게도 익숙한 일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걷기 운동을 한 시간 정도 하는 것도, 공복에 시간을 정확하게 8 시간을 체크해 혈당을 재는 일도 매일 적는 노트에 기입하는 것도 어제 먹은 것들과 운동한 시간들까지 꼼꼼하게 적는 일들까지도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건강 체질이었다. 오랜 체육활동으로 평생을 살아온 나였던 지라 그 무엇보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나이 40을 넘기고 니니 이전까지 지나치게 건강했던 나의 몸은 더 이상 나에게 건강한 신체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나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사건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뭘 잘못 먹었는지 식도에서 발생한 출혈이 그 원인이었다. 식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내가 알아 치리는 일에만도 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평소에도 종종 혈변을 보던 지라 한두 번 정도 대변 색깔에 혈흔이 비치는 일은 나에게 있어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습관이 그렇다 보니 검게 나오는 대변에도 별 다르게 큰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대변에 이렇게 무심하게 된 일에는 군대 있을 때 군의관의 말 때문이었다.

신병을 때 혈변을 여러 차례 보게 되었던 나는 외래를 신청해 국군 수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군의관에게 나는 혈변은 너무도 대수롭지 않은 별거 아니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었다. 변이 나오다가 혈관을 건드리면 종종 그렇게 혈변을 볼 수 있다고 군의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마도 대장이나 직장에 큰 이상이 있다면 그렇게 신체가 건강해 보일 수 없다는 말도 덧 붙였다. 전문가의 의견이 그렇다고 하니 굳이 나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을 겪은 이후로 종종 혈변을 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사건이 불행의 서막이었다.


몸이 진짜 이상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혈변을 보기 시작한 지 삼일 정도 됐을 때부터였다. 빈혈 때문에 잠자리에서 잘 일어나지 못하게 되고 나서야 나는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 무심한 처사였다.

빈혈의 증상이 심해질 무렵에 나는 문득 겁이 났다. 식은땀이 등 뒤로 흘렀다.

어지러운 머리를 들어 나는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온종일 방안의 어둠 속에서 내 몸과 씨름하며 보낸 터라 침침한 눈은 초점은 잘 맞추지 못했다.

한쪽 눈을 감고 실눈으로 몸 근처에 머물러 있던 핸드폰을 간신히 집어 들어 구글링을 하며 자료를 찾아보니 검게 나오는 대변은 식도 내지는 위장 출혈이라고 했다. 그리고 출혈 위치가 통증이 없다면 식도일 가능성을 높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며칠 전에 먹은 식은 피자가 원인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이브였던 그때 나는 피자 도우 부분에 씨앗이 박혀있는 것을 주문했었다. 평소 같지 않은 주문이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 날이라 그저 조금은 특별한 피자를 먹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분명 다음날 차갑게 식은 피자를 먹은 것이 탈이 난 것 같았다. 도우에 박혀있던 씨앗이 식도를 긁으며 상처를 낸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게 나름 사건의 전말을 파악한 나는 피가 자연스럽게 멈추기를 바라며 하루 더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는데 혈변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짜장 색깔의 똥은 멍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빈혈은 더욱 심해져 갔으며 급기야 몸을 못 가눌 정도가 되었을 무렵, 나는 집사람의 설득에 못 이기는 척 병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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