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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발톱 4

4. 억지 퇴원.

by 번트엄버

4. 억지 퇴원.


나는 병원에 오기 전에 낮에 프로폴리스를 여러 차례 식도로 흘려보내며 몸을 침대에서 굴리며 천천히 삼켜냈었다. 혹시나 프로폴리스에 포함되어있는 밀랍 성분이 출혈을 멈추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것들이 효과가 있었는지 나는 다 이상 똥이 마렵지도 나오지도 않았다. 여기서 똥이 마렵지 않다는 것은 출혈이 멈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내 추측이 맞다면 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피똥을 나흘 동안 쌌던 경험상으로 미루어 보면 말이다.

하지만 똥을 확인하지 못한 의사들은 내시경 검사를 해주지 않았다. 두 팩 정도 수혈을 더 하고 나니 내 몸은 더욱더 멀쩡해지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정신도 더욱 맑아지고 있었다.

나는 담당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돌 때 프로폴리스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해 드렸다. 아무래도 출혈이 멈춘 것 같으니 빨리 일반 병실로 옮겨주고 내시경을 해달라고 나는 강하게 요구했다. 수혈을 통해 몸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다 보니 사고 역시 이성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가 더 지나도록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슬슬 병원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내가 면회를 왔을 때 퇴원을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고 난리에 난리를 쳐서 나는 결국 퇴원을 하게 되었다. 천문학적일 수도 있는 중화자실의 비용이 나를 그렇게 행동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내가 하는 요구가 무리한 요구였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내 말을 들어주지도 믿어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나는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꼭 증명해야만 했다. 그래서 너무나 무모했지만 어떻게든 이 병원을 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병원을 나온 나는 다음 날 내시경을 받을 수 있는 동네의 병원을 찾아가 내시경을 받았다. 동네 의원이었는데 선생님은 당 수치를 걱정하시며 당화혈색소 수치를 보자며 채혈도 하자고 했다. 이 병원에 오면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나의 중환자실의 기록들은 대체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을 뭘 썩고 당뇨 수치는 어땠으며 기타 등등의 자료들은 병원들끼리 공유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에 놀라는 지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당화혈색소를 재는 것은 당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상하리만큼 높았던 당 수치가 만성인지 급성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갑자기 출혈이 심해지며 급성으로 당뇨가 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흔히 손가락을 푹 찔러서 재는 당 수치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설명도 해주셨다.

그러고 나서 나는 수면 내시경을 받고 출혈이 멈췄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쁘기도 했고 후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수치는 아직도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당뇨 약을 처방받고 그날부터 성실하게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을 복용하는 동시에 아침, 저녁으로 걷기 운동도 시작하게 되었다. 걷거나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이 당뇨 예방과 극복에 좋은 운동이라는 사실은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운동만큼이나 식단이 주요했는데 탄수화물과 당질 섭취를 아주 적은 양으로 제한해야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과 커피까지 끊고 퓨어한 음식만을 먹으며 망가진 몸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피 말리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중환자실에서의 경험은 나를 더욱 고무적인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조금은 달라진 나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극적인 귀환이었다. 장모님과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나는 점차 체력과 의지를 회복했고 일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 건강에 자신이 넘쳤던 나 자신이 미웠다. 불규칙한 일상의 패턴도 운동을 하지 않던 평소의 나의 행태도 과거의 건강한 몸이라고 건강을 자신했던 과거의 나에서 탈피하여 다시 살아보리라라고 다짐했다. 갱생을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며 다시 그림도 더 열심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보리라 아내를 보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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