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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를 보고.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보고...

by 번트엄버

어김없이 가을에

예정됐던 비가 내리고 나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낙엽은 더 많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한해를 남긴 날들은 앞자리를

빠르게 바꿔 사뭇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공포 속으로 나를 내몰곤 한다.


그렇게 우리는 주어진 시간 속에

주체가 아닌 객체인 체로 산다.


인간이 100년을 산다고 하지만

그 시간은 그렇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간이며 그 시간 속에

한 인간을 삶을 규정하기에도

적지도 많지도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란 누가 규정해 주는 것이 아니며

오롯이 내가 살아온 과정과 결과로 남아

나무의 나이테와 같이

오래전 다쳐 몸에 생긴 없어지지 않는 상처와 같이

반드시 표시로 남아 그 저장된 시간을 설명하듯

뚜렷하게 남아 기록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속지도 말고

나를 속이지도 말고

그리고 누구를 속이지도 말고

오늘을 제대로 살자.

그러면 나중에 운 좋게도 누군가가

나를 기억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 자야말로

영원한 청년으로

죽어서도 청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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