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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발톱 7

7. 두 번째 실책.

by 번트엄버

7. 두 번째 실책.


여행을 하는 기간 내내 근교에 있는 올드 시티라는 곳으로 저녁을 먹으로 나가는 일이 잦았다. 조식 같은 경우는 숙박비에 포함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기본 제공되는 것이었고 점심 내지 저녁은 따로 지불하고 먹어야 했기 때문에 외식을 하는 경우가 가장 경제적이며 합리적이었다. 호텔에서 먹는 식사는 안전했지만 비쌌다. 반면, 올드시티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싸고 맛도 좋았다.

‘올드시티’

그곳에 가면 다양한 식당들과 좌판들에서 맛있는 식사 내지는 요기를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빠르게 개방을 하던 시기였기에 베트남의 여행지는 대부분 세계인들로 미어터지는 거리가 되어 있었다. 이곳 역시 한국 사람들도 많았지만 다른 국적의 외국인 들 또한 많았다.

빗장을 연 베트남으로 전 세계인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쏟아져 들어온 것 같았다.

기이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여행을 한 시기는 6월이었는데 날씨는 무척 더웠다. 저녁시간이 되어도 고온 다습한 기후인 베트남에서 야외에서 무엇을 먹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도 그 점을 너무나 잘 아는지 호객을 할 때도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현옥 해 왔다.

“ 오빠. 에어컨 빵빵. 여기로 와요. 여기 맛 이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였던 올드시티에서 익숙한 말과 익숙한 한국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걷는 것도 기이한 경험이었지만 엄청난 인파에 당황했고 입맛에 잘 맞는 음식에도 놀라야 했으며 너무 싼 맥주 값 때문에 내 간도 당황해야 했다.

그렇게 완벽에 가까운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잊지 못할 추억들과 사진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기억들을 눈과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치 발가락의 고통까지 그곳에 두고 온 것 같이 고통은 사리진 듯했다.

여독이 있었는지 집으로 돌아온 나는 깊은 숙면에 빠져 들었다. 꿈속에서도 발가락의 고통은 사라진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느껴지는 편안함이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발을 내 디뎠는데 왼쪽 발의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 있나 싶어 안경을 찾아 끼고 자세히 발을 들여다봤는데 나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 잠시나마 안락했던 마음은 불안과 공포로 바뀌었다.

무심하게 피가 나는 위치가 어디 위치인지 몰라 야슬이로 그 주변을 갈기만 했던 발톱 부위 와는 완전히 다른 위치에서 내성발톱은 생살을 뚫고 나온 것이었다. 계속 갈기만 해서 그러지 뚫고 나온 발톱은 칼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비로소 살을 뚫고 나왔으니 나는 더 이상의 고통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잠깐 동안의 나는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고 정신 줄을 놓고 있었다. 생살을 뚫고 나온지라 피 역시 많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전혀 아프지가 않았다는 것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은 끔찍했지만 불편하고 뻐근했던 그 고통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한참을 그냥 내 엄지발가락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 여보. 뭐해요?”

잠에서 깨어난 아내가 내 뒤통수에 대고 질문을 걸어왔다.

“ 그게 말이야. 발톱이 좋아진 것이 아니었어.”

“ 무슨 말이야? 어디 한번 봐. 봐.”

“ 안 돼! 아니야. 보지 마.”

나는 치부를 들킨 것 같아 아찔하고 창피했다.

“ 그렇게까지 보여주기가 그래?”

“ 어? 괜찮아. 내가 잘 해결할게.”

내성발톱이 생살을 뚫고 나온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도 있었지만 내가 내 몸인데 이렇게까지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수치심을 마주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고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발가락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는 못난이인 거 같아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내 아내를 방에서 내보내고 지혈을 하기 위해 휴지로 꽁꽁 싸매 놨던 발가락을 다시 한번 헤드렌턴을 끼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살 깊숙이 파고 들어간 내성발톱은 예전에 니퍼로 날카롭게 잘라지고 야슬이로 갈아지며 예리해졌고 정확하게 자신이 파고들었던 방향으로 생살을 뚫고 나온 상황이었다. 엄지발톱과의 거리도 멀었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내 몸이긴 하지만 신기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내 몸이지만 내가 잘 관찰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는지 다시 한번 확인이 되는 상황이었다. 작년 말에도 나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았던가. 그때도 나는 위급한 상황에서 경솔하게 대처했었다. 나는 다시 전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무지와 안이함을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또다시 놓이게 된 것이다. 지금 당장 처해진 생황은 너무나 끔찍했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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