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간밤에
소리 없이 내린 비는
계절의 옷을 갈아입혀
망막에도 폐부에도
깊숙이 들어와
비로소 마음속까지
닿터이다.
삼십여 일
한해의 남은 시간은
언제나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기억 속에서 흘러나와
뇌리에도 가슴속에도
비로소 세포 하나하나까지
닿터이다.
늘 그리웠습니다.
유년시절의 벅찬 마음으로
처음 보는 것들과
처음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설렘이.
늘 사랑하겠습니다.
내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는
지금의 나를 이르게 만든
당신들과의 추억들과
찬란했던 우리들의
젊은 날의 기억들을.
올해에도 어김없이
계절의 변화는 다가와
피부에서부터
폐포까지 닿아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합니다.
그 상념들이 부딪혀
내는 파열음은 오롯이
뇌리에 남아
존재의 아우성으로
그리움의 원형으로
나의 어딘가에 또 다른
형태로 남겠지요.
그래서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는
겨울비가 내리는 오늘을
또 다시 기억 속에
박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