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작업실에 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어제까지 그리다 만
작품과 그림을 그리는 도구들이 즐비하다.
한쪽에 정리된 도구들 사이로
왁구바리와 타카가 보인다.
캔버스틀에 천을 메는데
필요한 도구들이다.
캔버스에 천을 멜 때
즉, 씌울 때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하면 안 된다.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해도
어김없이 물집이 잡히고 살점이
벗겨져 나간 기억들이 많았다.
지금보다 훨씬 젊은 시절.
공모전에 내겠다고
100호를 아내 것까지
두 개를 하루에 씌웠던 날이라면
어김없었다.
천을 왁구바리로 당길 때
너무 세게 할 필요는 없다.
큰 화면을 씌워 버릇하다 보면
실력이 점차 늘지만
일단, 작은 거부터 차분히 알아보자.
천을 알맞게 잘라야 하는데
천을 넓게 펴고 칼이나 가위를 이용해
화면보다 크게 사방으로 5~6센티 정도
여유를 두고 자른다.
뒷면까지 보기 좋게 씌우려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천을 씌울 때
아주 예전에는 프레임 옆면에
타카를 박아서 씌울 때도
있었는데 근래 들어서는
액자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뒷면에 대체로 타카 심을 박아
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방 가운데에 적당히 당겨 타카로
고정을 하고 가로에서 세로로
방향을 잡아가면 타카로 고정해 나간다.
천을 당길 때는 비슷한 힘으로 당겨야 한다.
천이 울 수도 있기 때문에 손으로도 만져보고
눈으로도 확인을 해야 한다.
깨끗하고 고른 면을 얻기 위해서
이리보고 저리 보면 천을 씌워야 한다.
새로운 작품을 한다는 설렘이
기다림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젯소를 바르고 꼬박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