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길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기호에 맞게 입맛에 맞게
골라먹는 커피 자판기 말이죠.
커피에 대한 기호가
인스턴트에서 원두로 바뀐 탓이겠죠.
저의 첫 자판기 커피는 아주 어린 시절의
첫 경험에서 시작합니다.
뭣도 모르는 어린 시절.
시내에 나가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주머니에 있던 동전으로
동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커피 자판기 앞에 서서
맨 앞쪽에 있던 메뉴
블랙커피를 눌러 마셨던 기억이 그것입니다.
동네에 있던 자판기와 다르지 않았지만
시내 한복판에 있던 자판기는 달라 보였습니다.
그리고 맨 앞쪽에 있는 메뉴가
맛이 있을 것 같다는 착각과 함께
블랙이라는 아주 쉬운 영어조차 몰랐던
어린 녀석의 무지와 함께 처음으로
맛본 커피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날 저녁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던 일을 덤이었죠.
몸집이 커지고
나이를 먹어가며 찾아 먹었던
자판기 커피에 대한 또 다른 경험들이
쌓이고 나서야 자판기커피는 저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 듯합니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오늘처럼 비 오는 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판기 커피와
즐겨 피우던 연초 하나가
모든 기분을 바꾸어 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요.
사라져 가는 것들과 이별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저는 요즘도 지판기 커피가 보이면
한 잔 빼서 마시곤 합니다.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마실 수 있습니다. 사라져 간 모든 것들은
기억의 저만치에서 결국 남겠지요.
슬프지만 아름답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