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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엄버 May 02. 2023

김치손만두와 아버지

돌아가신 할머니는 이북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아버지가 어렸을 때

만두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고 했는데

쉰 김치와 각종야채를 잘게 썰어 넣어 만든

정성 가득한 김치손만두는

저에게 있어 아버지의 다른 이름과 같습니다.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었는 시절.

그나마 명절이면 밀가루에 만두소까지

준비하신 할머니는 만두를 만들어

한솥 쪄내 아버지와 다른 형제들에게

늘 해주셨던 모양입니다.


그 덕에 저도 자라면서 고사리손부터

시작된 만두 빚기는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만두를 빚는다는 말씀을 하시고

준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온 가족들은 빠짐없이 한자리에 모여

만두 빚기에 돌입합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참석하는 게 가장 이롭습니다.

아버지표  김치손만두는

만들어서 한 김에 쪄낸 만두맛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노동집약적인 일이기에

눈치 안 보고 맛있게 먹으려면

처음부터 아버지를 도와 만드는 게

제일 속 편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 80을 넘기신 아버지는

만두피 미는 일에서 자유로와 지셨습니다.

언제나 아버지 몫이었지만

이제는 저와 매형이 대신합니다.


그렇지만 소를 준비하시고

간을 맞추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죠.

그래야 아버지 김치손만두가 되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긴 노동시간 중간에

꼭 뜨겁게 쪄진 만두에 소주를 한잔 하십니다.

어렸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은 점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먼저 아버지께 권합니다.

최고의 안주가 되기도 하고

고된 노동에 윤활유가 되기도 합니다.


술도 한잔하고 이 기 저 얘기 하면서

만들다 보면 만두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행복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이제야 깨닫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진작에 아셨을 겁니다.

만두는 가족을 결속시키고 행복을 만드는

장치라는 걸 말이죠.


아버지의 만두를 계속 먹고 싶고

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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