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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엄버 Jul 01. 2023

짜장면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는 경륜장 매점에서

알바를 했었다. 광명돔이 생기기 전이라

혹한기에 경기가 한 달 남짓 없었기에

제 무급 휴가가 주어졌고 그때의 나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살던 시절이었기에

 뭐라도 해서 생계를 꾸려야 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친척형에게 단기 알바 자리를

뭐라도 좋으니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었고

당구장을 운영하던 형은 근처 중국집 사장님의

사정을 듣고 나에게 일자리가 있다며 연락을 주게 된다.

그렇게 나는 느닷 없지만 중국집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된다. 설거지를 하고 야채나 홍합, 오징어를 다듬는 일이 주된 일이었는데

전단지를 5개를 안양 전 지역에 돌리며 영업을

하는 곳이라 엄청 바쁜 곳이었다. 조선호텔 출신의

주방장이자 사장님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배달부가 5명 주방에 부주방장이 있었고

카운터는 사장님 친누나가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절 그때 먹었던 그 집 짜장면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한 달을 채 다 채우지 못한 기간을

일하는 동안 나는 식사시간에 무조건 짜장면만 먹었다.

부주방장이 뭐든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짜장면 만을 고집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달원들도 짜장면만을 먹었다.

짜장면은 강도 높은 일의 양에 허기진 배를 가장 빠르게

채울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마성의 맛을 자랑했다.

짜장과 짬뽕에 들어가는 육수는 같은 것을 썼다.

라조기와 깐풍기에 들어가는 닭의 살 부분을 제외한

뼈와 연골과 닭 껍질과 양파와 무, 그리고 대파가

육수의 재료가 된다. 그리고 춘장은 기름에 튀긴 것을 쓰는데 볶은 짜장에서 감칠맛이 폭발한다.

짜장에 들어가는 야채를 다지는 일은 내가 주로

했는데 이 집의 짜장은 유니 짜장이다.

유니짜장은  야채와 고기를 다져서

만드는 짜장을 유니 짜장이라고 한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돼지껍질로 유막을 형성시킨

웍에 돼지고기를 먼저 볶다가 잘게 썰은 야채를

같이 넣어 볶는다. 배추나 양배추의 거친 부분이

많이 들어가는데 짜장에 들어가는 야채들은

허드렛것으로 보이지만 맛은 정말 최고였다.

적당히 익었다 싶을 때 볶은 춘장을 넣고 더 볶다가

육수를 넣고 물전분을 넣어 되직하게 만든 다음

주방장 만이 알고 있는  비율로  조미료를 넣는다.

다완성된 짜장은 중탕으로 유지한다.

내가 일했던 중국집은 기계면을 썼는데 개인적으로

수타면보다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도가 높은

짜장은 윤기부터가 다르고 짜장색깔도 검다. 적당히 기름기가 흘러서 면과 조우했을 때 적당히 코팅이 되어

간도 적당히 배어 나온다. 소스까지 마시다시피

먹게 되는데 한 그릇을 먹어 치우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가난해서 더 맛있었고 힘들게 일하고 주린배를 채워주던 그 마성의 짜장면의 맛은 느끼하지 않아 오이 토핑도 필요하지  않았던 그 감칠맛과 구성진 맛이 단연

최고였던 그 맛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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