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충재학원.

97화. 충재학원.

by 번트엄버

97화. 충재학원.


예상보다 주현이의 병세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이제는 약을 먹지 않아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병원을 다닌 지는 한 달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 사이 충재 내외는 일본 여행을 잘 다녀왔다. 그러고 일주일 정도 있다가 다른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다. 임신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주현이가 일러준 한의원에서 약을 3개월 치를 꼬박 먹고 나서 나온 결과였다. 자궁내막염이 앓고 있었던 유리의 나팔관 하나가 뚫리면서 기적적으로 임신을 한 것이었다. 다시 들어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나쁜 소식도 전했다. 같이 일을 하던 선생님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어 일을 하는 것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현이에게 일을 좀 도와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주현이는 갑상선 항진증을 앓으면서도 작품에 매진해야 했다. 우리의 생계였기 때문이다.

내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원의 엄무는 주로 충재는 차량을 도는 것이 주된 임무였고 유리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다. 7층에 위치해 있는 미술학원에서 1층까지 승강기로 아이들을 인솔하는 일만 내가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별도로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필요도 없었다. 하루에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만 도와주면 나머지 시간은 두 녀석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물론, 보수는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주현이와 오전에 나와 그림을 그리다가 집에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충재네 학원으로 걸어간다. 충재의 학원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계절이 좋아서 걷기에도 좋았다. 나는 학원에 있는 시간에 군대에 있을 때 한 번 읽었던 [삼국지]를 다시 읽기로 마음먹었다.

학원에 도착을 하면 나는 유리와 인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타서 원장실로 간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한 번씩 학생들을 인솔한다. 유리가 내려갈 때도 있다. 그러면 남아서 그림을 그리는 녀석들이 그림을 잘 그리고 있나 녀석들을 관찰한다.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때문이다. 며칠을 하다가 보니 대충 내가 어떤 것을 도와줘야 하는지가 보였다. 돈 내지는 무슨 대가를 줄까 봐 최소한의 일만 해주어야 했다. 그러나 녀석들은 내가 일하는 동안에 매주 주말마다 술과 고기를 제공했다. 학원을 경영하면서 지금이 제일 어렵다고 설명을 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 도움만 주고 싶었지만 너무 민망해하는 녀석들이 제공하는 술과 고기로 그 대가를 받기로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충재를 도왔다. 그 기간에 [삼국지]도 다 읽었다. 유리의 배도 조금씩 불러왔다.

그러던 중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뉴스가 들려왔다. 내년부터 담배 값이 2000원이 더 오른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해야 했다.

‘이 참에 담배를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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