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번트엄버 Sep 13. 2022

50화. 백화점 물류.

50화. 백화점 물류.

50화. 백화점 물류.


백화점 물류로 도착을 하면 시간은 새벽이지만 지하 3층은 후끈후끈하다. 왜 그렇게 설계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에어컨 실외기가 지하 3층에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영길이와 필진이 형 그리고 나까지 모이면 커피를 한 잔 하며 담배를 피운다. 이때 마시는 커피와 담배의 맛은 하루의 것 중에 최고이다. 마음도 다잡고 계획 같은 것이 있다면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의 괴를 맞추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가 함께 맡아서 하는 물류는 8개 정도 된다. 물류회사의 규모와 크기마다 물량이 다르고 물량이 다른 만큼 페이 역시 다르다.

 백화점 물류회사 만의 특징은 의류업체 본사에서 물류로 옷을 보내면 물건을 받은 물류회사는 백화점 택을 발행받아 백화점 가격표가 붙은 택을 옷에 엮는 작업을 수행한다. 다시 개별 포장된 옷을 박스에 담아 자사 이미지와 자사명이 전사된 테이프로 박싱을 하고 백화점 별로 출고를 한다.

 출고된 박스들은 기사들이 상차를 하는데 본인이 배송이 편한 순서대로 상차를 하게 된다. 물류회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안양에서는 롯데 백화점이 가장 많은 양이기에 대체로 처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매장은 오픈 시간이 10시 이후이기 때문에 먼저 갈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양 쪽 물류 중에서 동승 알바를 두고 일하는 곳이 세 군 데 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적은 물량은 기사가 직접 배송을 하고 롯데 안양 백화점 같이 물량이 많은 곳은 상주 알바를 쓰는 것이다. 반품과 물량 이동 같은 변수들도 많기 때문에 상주 알바를 쓸 수밖에 없다. 

 커피 한 잔을 하며 담배 한 대를 피우다 보면 슬슬 차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름 물류 회사 이름들이 백화점 물류를 돕는다는 의미로 작명되어 있는데 매번 제일 먼저 들어오는 차는 바로 어시스트이다. 우리는 줄여서 어시라고 부른다. 어시 기사님은 동승 알바를 데리고 다니며 일하시는데 딱히 평촌에 nc백화점이 물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평촌으로는 대부분 용달차로 박스를 미리 보내기 때문에 우리 쪽으로 오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롯데 안양으로 먼저 들어오시는데 우리로서는 솔직히 엄청난 호재다. 왜냐하면 물량이 가장 많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승 알바가 일을 좀 도와주기 때문에 부족한 일손을 보태는 것도 한몫을 한다. 

 박스를 실을 때도 내릴 때도 나름 노하우가 필요하다. 백화점 층수와 납품을 하는 동 선을 고려해서 박스를 실어야 내릴 때 두 번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차에서 물건을 내리기 시작하면 필진이 형과 영길이가 층에 대한 이해가 좋기 때문에 주로 구르마에 싣고 나는 화물 승강기 앞까지 끄는 일을 한다.

 어시 물건은 2층과 5층 물건이 많아 처음부터 내가 할 일이 많아진다. 박스를 납품할 때 기사님이 따로 들고 온 택과 전표가 있는데 이것들을 박스에 넣어야 한다. 전산 상 늦게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런 물건들은 어쩔 수 없이 택 작업을 매장 직원이 직접 해야 한다.  

 박스를 구르마에 실을 때도 납품을 할 때 동 선을 고려해야 일이 수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박스를 나르면서도 여러 번 박스를 들었다 놨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물건을 내리는 사람도 싣는 사람도 백화점 매장들이 머릿속에 다 그려져야 서로 일하기가 수월하다. 필진 이형과 영길이도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보낸 세월이 길기에 그들이 박스를 실으면 분명 나르면서 납품하기가 수월하다. 

 어시 물건을 다 납품하고 돌아오면 탑 코리아 물류 차와 엘지 패션 차가 들어와 있다.  탑 코리아 역시 동승 알바가 있다. 탑 코리아 같은 경우는 롯데 물건이 많지 않아 동승 알바는 별다르게 할 일이 별로 없다. 탑 코리아 기사님은 동선이 기신 분이라 먼저 박스를 내리고 가시고 나중에 다시 들어오셔서 반품과 점간 이동 박스를 싣고 나가신다. 나름 기사님들도 본인이 일하기 편한 동선을 짜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우리로서는 그들의 타이트한 시간에 맞추어 드려야 시간을 서로 기민하게 쓸 수 있다.

 엘지 패션 물건은 3층과 4층의 물건이 대부분인데 고급 의류이다 보니 박스가 아닌 개별 비닐 포장이 되어 들어온다. 물건 하나하나가 고가이다 보니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3층은 영길이가 4층은 필진이 형이 맡는다. 엘지 같은 경우도 점간 이동이 많아 손이 많이 간다. 

 탑 코리아 기사님과 엘지 기사님을 보내고 나면 도우미 물류가 들어온다. 도우미 물류는 따로 담당 기사님이 없다. 그러다 보니 용달차 기사님들이 물건을 미리 와서 혼자 물건을 내리고 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나름 편한 점도 있지만 회사가 영세해서 그런지 돈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했다. 물류회사도 대기업 같이 큰 곳이 있는 반면 영세해서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들도 있다. 도우미에서 나오는 페이가 들쭉날쭉해도 필진이 형이 총대를 메고 우리에게 돈을 나누어 준다.

 우리가 페이를 받아가는 방식은 굉장히 특이하다. 물류를 많이 가지고 있는 필진 이형과 3개를 가지고 있는 영길이, 그리고 나는 한 개를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가 돈을 많이 못 벌다 보니 도우미에서 나오는 페이의 3분의 1을 나에게 나누어 주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물류 한 개에서 받는 페이는 평균적으로 60만 원이다. 오전에 잠깐 일을 하고 버는 돈치고는 적지 않은 돈이다. 물론 필진이 형은 여느 직장인 수준으로 돈을 벌지만 형이 물류의 구조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가 돈을 많이 가지고 가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나는 80만 원을 버는 정도에 만족했다. 아무래도 많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데 나에게 그런 책임을 질 여력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작업실에 가서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작품을 하는 일에 할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적당한 돈만 필요했다. 당시에 나의 정신은 작품을 하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그래야 주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우미 물건을 다 납품하고 검품 장으로 돌아오면 잠깐 에어컨 앞에서 땀을 식힌다. 유일하게 지하 3층에서 만날 수 있는 시원한 공간이다. 예전의 기능을 상실하고 그저 물류 하는 사람들의 소통의 장으로 변해버린 검품장은 우리들의 휴식처다. 커피를 한 잔 할 수도 있고 전날 과음을 해서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잠깐 긴 소파에 누워서 쉴 수도 있다. 여기서 수다를 떠는데 수다를 떨다 보면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 즈음 들어오는 차는 아마도 스피델 물류일 것이다.

 스피델은 다른 물류가 거의 하지 않는 행낭을 교환하여 나르는 일을 한다. 행낭은 매장 간에 작은 물품을 서로 교환하거나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물류가 매일 들어가기 때문에 할 수가 있는 일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스피델 물류가 들어오기 전에 스피델이 납품하는 매장을 모두 돌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행낭에 물건이 없더라도 행낭을 서로 교환해야 하기 때문인데 행낭을 종종 내놓지 않는 매장들이 있기 때문에  매장마다 행낭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행낭을 확인하는 일을 대충 하면 일을 마치고 가다가도 돌아와 다시 일을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더군다나 스피델 기사님이 많이 덤벙거리는 스타일이라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차를 보냈는데 뒤늦게 연락이 와서 낭패를 보는 일이 일쑤였다. 작은 물류로 중간중간에 용달로 받는 회사는 나는 이름조차 모른다. 물량도 적고 필진이 형이 모두 관리를 하던 터라 나는 알 필요도 없었다. 

 8시 40분 정도 되면 웰로 지스틱스가 들어온다. 영규가 동승으로 일을 하게 된 물류인데 영규가 들어오는 시간대가 되면 내가 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영규가 5층을 전담해 주기 때문에 나는 2층과 6층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영규가 5층을 전담하는 이유는 웰의 물건들이 대부분 5층이기 때문이다. 웰 기사님 같은 경우는 본인도 일을 하신다. 다른 기사님들은 박스만 내려주고 커피를 마시거나 수다를 떨기에 바쁜데 웰 기사님은 4층에 가서 물건도 넣으시고 반품도 본인이 직접 빼신다. 아마도 고가의 물건들이어서 본인이 직접 하시는 거 같다. 물류에서 자칫 고가인 물건을 잃어버리게 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고 덕망을 잃어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왕왕 있는 일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몇 천만 원이 되는 물건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가로 50프로로 해준다고 해도 일반 직장인이 감당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꼴찌를 다투는 굿 프렌드와 스마트 물류가 들어온다. 스마트 물류가 내가 맡아서 하는 물류인데도 한참 납품에 매진하다 보면 물건과 전표는 필진이 형이 받고 나는 박스만 나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 한정된 사람과 한정된 구르마에 분업화하여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 

 굿 프렌드 같은 경우는 물량이 적어서 부담이 적지만 스마트는 물량이 많아서 늦게 들어오면 납품에 애로 사항이 많다. 시간이 9시를 넘어 10시가 다 되어 가면 매장 직원들도 출근을 해서 할 일들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되면 독점으로 쓰던 승강기를 나눠 써야 하고 물건을 나르는데도 아무래도 더뎌지게 된다.

 백화점 매장 안은 매우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깨끗하지만 뒤쪽에 물류 쪽으로 가면 카오스나 다름없다. 들어온 물건들을 까서 정리하고 있는 직원들부터 지하 창고에서 물건을 가지고 오려고 다니는 직원들까지 시간이 늦어질수록 쉬웠던 일들이 매우 어려워진다. 그래서 늦게 들어오는 기사님들에게 눈치를 주는 대도 눈치를 그렇게 줘도 이 두 기사님들은 언제나 사이좋게 늦게 들어온다.

 스마트의 물건들은 행사를 하는 브랜드들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물량은 계속 늘어갔다. 다행히 행사 물건이 너무 많아 용달차로 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우리로써는 그게 더 낫다.

 백화점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정상과 행사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말 그대로 정상 상품은 정상 가격을 받는 제품이고 행사는 행사장 또는 매장 매대에서 파는 상품들을 말한다.

 보통 의류 같은 경우 판매의 계획을 잡을 때 10장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정상 제품이 3개 이월 제품이 5개 아웃렛 행사 제품으로 2개를 팔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제품들이 정상부터 이월상품 그리고 아웃렛 행사까지 나름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생산하고 유통한다는 것이다. 

 파는 제품이 행사가 제일 많다 보니 행사장을 열어주는 백화점으로 물건들이 시즌이 되면 돌고 도는데 그 물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용달차가 3대 넘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물건 깔 때는 따로 돈을 받고 알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작가의 이전글 49화. 물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